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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20년만에 부활한 소아과 '행복한 오픈런' - 전국 최초 고향사랑기금으로 소아청소년과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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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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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승희 영암군수, 전국 최초 고향사랑기금으로 소아청소년과 개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보건소에 소아과가 개설된 뒤로 온 마을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아요."

월출산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암군에 특별한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열었다. 지난 2004년 영암의 마지막 소아과가 폐원한 이후 20년 만에 부활한 귀하디 귀한 존재다.


이렇게 '고향사랑 소아청소년과'는 지난달 19일부터 영암군보건소(화·목)와 삼호보건지소(월·수·금)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개설 비용과 의료진 인건비는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했다. 기초자치단체가 해당 기금을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사용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경력이 출중한 전문의와 간호사가 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아침에는 소아과 진료대기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농어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소아과 오픈런'(입장 전 줄서기)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요즘, 영암의 보육 가정들은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과 과감한 투자 덕에 '행복한 오픈런'을 경험하고 있다.




-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개설한 첫 소아청소년과는 어떤 의미가 있나.

영암군을 응원해주시고 '고향사랑 소아청소년과' 개설을 가능하게 한 기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암군은 기금 사업을 추진할 때, 기부자들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뜻 깊은 기금이기에, 여러 현안 중에서도 기부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

소아과 개설은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지역을 떠나는 주민들을 보면서 행정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또 기부자들께는 '내 돈이 정말 좋은 곳에 쓰였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모금된 고향사랑기부금 12억 3000만원 중 약 3억원을 소아청소년과 개설에 투입했다. 의료인력 인건비와 필수 의료장비 구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의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소멸 또한 가속화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아과 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소아과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알고 있다.

우여곡절이 왜 없었겠나. 우리의 절박함과는 상관없이 올해 초 의정 갈등이 본격화되고, 의료인력 수도권 집중 및 소아과 수련의 부족 등으로 전문의를 초빙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 3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커뮤니티에 구인 광고를 여러 차례 게재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채용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적도 있었다. 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지인을 통한 문의, 인근 도시 소아과 전문의들과의 직접 소통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수소문했다.

지역 의료 현실을 꿰뚫고 있는 영암군의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의료진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 정성이 닿았는지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한 전문의를 모실 수 있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소아과와 더불어 산부인과 진료 공백에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이 많은데, 현실은 어떤가.

산부인과 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영암에 거주하는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들은 수십 년째 인근 도시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그마저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재 인구 141만명의 '호남 최대 도시' 광주광역시에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6곳에 불과하다. 심각한 저출산 여파로 10년 전 24곳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영암군은 목포시의료원과 손잡고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주 한 차례 산부인과 전문의가 영암읍과 삼호읍 보건(지)소를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를 통해 공공 산후조리원을 세우는 <영암맘(mom) 안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임산부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80% 이상이다. 산후조리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임산부들은 대도시 원정 출산에 이어 산후조리원으로 향하고 있지만 평균 이용료는 올해 기준 326만원에 달한다.

영암한국병원 인근 부지를 확보하고, 국비 공모를 통해 조리원 건물을 세울 계획이다. 그 전에 먼저 심장충격기와 적외선 치료기, 비접촉식 수면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 등 신생아용 필수 의료장비를 구축하는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영암군의 고향사랑기부제 성과와 시행 과정의 문제점은 없었나.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자기 주도권을 갖고 예산을 수립·집행할 수 있는 제도다. 잘만 운영하면 재정 분권 실현과 동시에 지역 소멸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영암군은 8800여건, 12억 3000여 만원의 성과를 올렸다.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민간과 행정안전부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한 지정 기부 사업이었다. 기부자들은 '공공 산후조리원'이라는 가치에 지갑을 열었고, 모금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 달 간 민간 플랫폼에 3733건 3억 8000여 만원이 적립됐다. 행안부 지정 플랫폼인 '고향e음'의 970건 3억 3000여 만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행안부가 영암군의 민간 플랫폼 모금에 제동을 걸었다. 불법의 근거는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제8조 '고향e음에서만 모금할 것'을 강제하는 조항이었다. 늦었지만 올해 2월 법 개정과 8월 시행령 개정으로 지정 기부와 기부 한도액 등의 문제가 해결됐다. 민간 플랫폼 도입 또한 참여기업 공모를 통해 서비스하고, 위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 개정도 병행한다고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영암군의 변화와 노력 그리고 미래 비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길 바란다. '혁신 영암'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군민과 공직자들과 함께 한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하고 '더 큰 영암, 더 젊은 영암'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땅',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영암'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안현주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619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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