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최민우 기자] 이상 고온 현상에 선수들도, 팬들도 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일찌감치 티켓이 모두 팔렸지만 관중석 곳곳에는 빈자리가 보였다. 대부분 관중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로 대피했기 때문이다. 야구 인기가 높아진 탓에 티켓 구하기가 별 따기지만, 힘들게 구매한 좌석에 앉지 못하고 더위를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했다.KBO는 9월부터 일요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2시로 편성했다. 공휴일 경기는 오후 5시에 개시한다. 그러나 공중파 중계방송 일정이 잡히면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도 오후 2시에 경기가 열린다. 그런데 문제는 9월에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다는 점이다. 매일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된다. 이제 9월을 가을이 아닌 여름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땡볕 속에서 경기를 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 모 씨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1층 구역의 티켓을 구매했다. 휴일이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그런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응원용 수건으로 해를 가려봐도 더운 건 똑같았다. 티켓 구하기도 힘든 데다 가격도 더 비싸게 구매했는데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며 더위 때문에 경기를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도 더위에 지쳐간다. 이날 삼성 선발 투수였던 원태인은 투구 도중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하게 심판진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삼성 코칭스태프가 황급히 달려가 원태인에게 물병을 건넸다. 원태인의 얼굴은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수도 없었다. 원태인은 4이닝 9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포수들은 더 힘들다. 무거운 장비를 들쳐 메고 오랜 시간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탓에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SSG 포수 이지영은 "경기 중에 쓰러질 뻔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그늘이 생기면서 조금은 선선해지더라. 어떻게든 이겨야 하기 때문에 집중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열심히 하려 했다"고 말했다.
SSG 오태곤도 "팬들한테 정말 감사하다. 선수도 이렇게 더운데 팬들도 엄청 힘들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은 벤치에서 쉴 수라도 있지만, 그늘이 없는 곳에 앉은 팬들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BO가 주말 경기도 오후 5시에 개시하는 걸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날씨에서는 힘든 게 사실이다. 경기 시간을 늦춰준다면 선수도 그리고 팬들에게도 모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에도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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