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던 우다경(52)씨는 눈 앞에서 남편을 잃었다. 그날 부부가 하던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쿠팡 프레시백(신선식품 배달용 보냉가방)'을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부인 우씨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쉴새 없이 밀려오는 프레시백을 손으로 접는 일을 맡았고, 남편 김씨는 그렇게 해서 쌓인 프레시백들을 한데 묶어 운반하는 일을 했다.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는 심야조였다. 쉬는 시간은 새벽 3시와 오전 6시에 30분씩이었다.
부부가 일을 시작한 지 두 시간여 지났을 무렵, 프레시백을 쌓아두는 팔레트가 다 떨어져 다른 노동자가 가지러 간 사이 남편 김씨가 우씨에게 다가와 속도를 맞추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팔레트가 다시 채워지자 프레시백 운반을 재개한 김씨는 10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우씨는 뒤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라는 비명 소리를 들었지만, 자칫 프레시백이 밀리지 않도록 바쁘게 손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어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곧이어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고, 우씨는 그제서야 '무슨 일이지?' 하고 몸을 돌렸다.
우씨가 서 있던 작업대에서 불과 3~4미터 떨어진 곳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남편이었다. 주변에 모여든 이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20여 분 후 119 구급대가 와서 응급 조치를 했지만, 남편은 그대로 사망했다.
남편이 죽은 날은 남편이 쿠팡 새벽 일용직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에게 처음 쿠팡 일용직을 제안한 건 우씨 본인이었다.
"남편은 하수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목회사 직원으로 20년 넘게 일했어요. 안정적인 월급쟁이였지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들(18) 치료비와 돌봄 비용 때문에 우리 집은 늘 허덕였어요. 특히 작년부터… 아들을 대안학교에도 보내봤지만 적응하지 못해 작년부터는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거든요. 거기다 6년 전에 사기까지 당하면서 생활고가 커졌어요."
우씨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파출부, 식당 서빙 등의 일을 해왔지만, 아들에게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몰라 어떤 일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엄마, 애들이 괴롭혀' 하고 전화가 오면 제가 바로 뛰어나가야 하니까요." 우씨는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 분양, 상조 영업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김씨는 장차 취업이 어려울 아들과 그런 아들을 상시 보살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카페를 차려주고 싶어 했다. 6년 전, 마침 비슷한 제안을 해오는 지인이 있어 무리해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사기였다. 수억원대 빚을 떠안게 됐고, 한 때 집에 차압까지 들어왔다. 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빚 때문에 나가는 이자가 한 달에 수백만 원이라고 했다.
우씨는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분양, 상조 영업이 시원치 않았다고 했다. 고민하던 우씨는 지난 6월 일거리를 찾아 알바몬에 들어갔다.
"쿠팡이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아들 때문에 웬만한 시간에는 일을 할 수 없는데, 새벽에 일할 수 있는 심야조가 있다는 거예요. 아들을 재우고 나서 출근하면 되겠다, 싶었죠. 실제로 쿠팡에서 일해보니 '힘들어도 일하는 시간 때문에 나온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투잡, 쓰리잡 하는 사람들이죠."
그렇게 지난 6월부터 우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쿠팡에서 새벽 일용직으로 일했다. 자정부터 아침 9시까지 밤새 일하면 10만 원 남짓 벌었다. 급여는 1주일 단위 주급으로 들어왔다. 퇴근하면 잠이 쏟아졌지만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두 달여 쿠팡 일용직 일을 한 우씨는 남편에게도 주말 새벽에 같이 일을 나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우씨는 남편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남편이 사망한 8월 18일은 최저기온이 27도,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만큼 무더웠지만 작업장에 에어컨 한 대도 없었다. 당일 프레시백 작업 물량은 40팔레트였다. 1개 팔레트에 프레시백 120개가 적재되므로 총 4800개의 프레시백을 처리해야 했던 셈이다. 그런데 그날 해당 업무를 맡은 일용직 7명 중 4명은 초보였다고 했다. 특히 4인 1조로 한 라인씩을 맡는데, 그날은 8명이 아닌 7명이 나왔기 때문에 운반을 담당한 남편이 1개 라인이 아닌 2개 라인의 운반을 모두 떠맡아야 했다고 했다.
"저도 운반 작업을 해본 적이 있는데, 한 개 라인만 해도 정말 힘들거든요. 원래 한 라인에 4명이에요. 한 사람은 세척기에 가방을 넣고, 그 다음 사람은 닦고, 그 다음 사람이 접어요.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운반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날은 7명이었으니까 4인 1조로 2개 라인이 안 되잖아요. 한쪽 라인에 운반하는 사람이 1명 부족했죠. 결국 남편이 양쪽 라인 운반을 혼자 한 거예요. 두 사람 몫을 남편 혼자 한 거죠."
쿠팡 측은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망을 부인하고 있다. 쿠팡CLS 측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은 아르바이트로 올해 총 3회 근무했고, 3번째 근무일에 프레시백 자동 세척 등의 작업 중 2시간 만에 의식을 잃은 것"이라며 "고인의 업무량은 평균 이하였다"고 했다. 쿠팡CLS 측은 "고인에게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확인된다"라며 김씨에게 건강 문제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고인에 대한 부검이 진행 중이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씨는 쿠팡 측이 "사람이 죽었는데 마치 파리 목숨 대하는 것 같았다"고 울먹였다.
"쿠팡은 남편이 아팠다는데, 남편은 지병이 없었어요. 만약 남편이 아팠다면 새벽에 투잡으로 쿠팡에 가자고 했겠어요? 쿠팡은 사람 죽는 걸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여태껏 사과 한 번 제대로 못 받았어요. 사람같지도 않습니다. 그들한텐 그렇게 하찮은지 몰라도, 우리 가족한테는 하루 아침에 가장이 사라진 거잖아요.
"저도 남편 일 겪기 전까진 쿠팡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는 줄 몰랐어요. 4년 동안 알려진 것만 13명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쿠팡이 왜 성공했어요? 이렇게 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왜 죽고 나면 나 몰라라 해요.
'로켓 배송' 뒤에는 밤새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있어요. 새벽에도 '빨리빨리 하세요', '힘 좀 냅시다' 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요. 만약 밉보이면 나를 더 이상 안 부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말을 들어야죠. 그 압박에 길들여져서 저는 1~2초면 눈 감고도 프레시백을 접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남편이 죽었어요.
근데도 쿠팡은 하나도 바뀌는 게 없어요. 오늘도 밤새 레일이 돌아가고 있을 거예요. 저한텐 아직도 쿠팡 인력을 구하는 문자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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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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