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한국정부 첫 훈장 받은 일본인…한국인은 '우리 변호사' 불렀다
4,223 6
2024.09.14 01:04
4,223 6

일본 도호쿠(東北) 미야기현(宮城)에 위치한 이시노마키시(石巻)에선 한국인에겐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인 최초로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은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1880~1953) 변호사를 기리는 전시회다.

2017년 개봉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부부를 변호하면서 인상 깊은 변론을 펼치는 일본인 변호사가 바로 후세 변호사다. 그는 1919년 2·8독립선언에 참여했던 재일조선인 유학생들과 ‘국가 전복 모의' 혐의를 받은 박열·가네코 부부를 변론했다. 일본인·조선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권 옹호를 위해 노력했던 그는 1932년 법정 모독으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는 시련도 겪었다. 정부는 그에게 2004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rHsKFq

지난 11일 '후세 다쓰지와 이시노마키시'라는 이름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이시노마키시 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 연구원이자 이번 전시 담당인 이토 타쿠미(伊藤匠)씨의 안내를 받아 자료 보관실로 들어갔다.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후세 변호사는 일본 패전 직후인 1946년 박열 열사에 대한 책을 집필했다. '운명의 승리자 박열'이란 제목의 책으로 자료 보관실엔 초고와 초판 인쇄본이 보관돼 있었다. 초고를 보다보니 '조선의 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하며 일본의 조선침략을 마음으로부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훗날 후세는 이 내용을 일제강점기 '신조선'이라는 잡지에 게재했다가 일본 검사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후세 다쓰지가 1946년 출간한 '운명의 승리자 박열'의 초판본. 정원석 특파원.

후세 다쓰지가 1946년 출간한 '운명의 승리자 박열'의 초판본. 정원석 특파원.

후세가 남긴 원고들은 대체로 필체가 각각 달랐다. 이토 연구원에 따르면 심한 수전증을 앓던 후세 변호사는 대부분의 원고를 사무실의 동료들이 받아 적게 했다고 한다. 초고 등과 함께 자료보관실엔 박열ㆍ가네코 후미코 부부, 의열단원 등 조선인들을 무료 변론하며 수집했던 법정 자료들,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상대로 전남 나주군 궁삼면의 토지 회수 운동을 폈을 때 수집한 자료들, 서울·대구 등에서 진행했던 순회 강연자료들도 있었다.


일제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후세 변호사를 당시 조선인들은 '우리들의 변호사'라고 불렀다. 그가 영면에 들었을 땐 그의 장례식에 보낸 칠언절구 형식의 애도시도 남아 있었다. 

보관실의 자료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는 대형 상설 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10평 남짓한 특별전시관에 마련돼 있었다. 

그 곳엔 후세 변호사가 인권과 노동운동, 조선인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과 함께 학창 시절의 물품, 변호사 법복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취재를 위해 머물던 3시간 동안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토 연구원은 "전시실이 좁은 탓도 있지만, 5000점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도 공개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9월 13일은 후세 변호사의 기일이다. 그를 기리기 위한 현창비는 이시노마키시의 주택가 교회 옆에 있는 작은 공원에 있다. 이곳에선 매년 그를 기리는 추도회가 열린다. 

'후세 다쓰지를 현창하는 모임(顕彰する会)'의 회장을 맡고 있는 마쓰우라 겐타로(松浦健太郎) 변호사는 후세에 대해 "일본 법조계에서는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나 일반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며 "매년 지역부터 시작해 그의 행적을 기리면서 널리 알려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창비에는 후세가 평생 자신의 신조로 삼은 글이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生きべくんば民衆とともに、死すべくんば民衆のために)'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 있는 후세 다쓰지의 현창비. 사진 정원석 도쿄특파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7834

목록 스크랩 (2)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최강 두뇌 서바이벌의 귀환! Wavve 오리지널 <피의 게임3> 탈출 시사회 이벤트 122 11.05 21,93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468,60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218,24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377,36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720,6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3 21.08.23 5,140,58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133,25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9 20.05.17 4,705,62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168,77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917,46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46687 이슈 NCT DREAM 엔시티 드림 【DREAMSCAPE】 Wanna get these PINS? 19:07 0
2546686 이슈 트럼프 당선으로 rt 타는 미국 근황.twt 19:07 77
2546685 이슈 혹시.. 몇 명이서 오셨어요...?.jpg 1 19:07 178
2546684 이슈 엘리트장교라고 언론에서 떠들던 북한강 살인사건 피의자 7 19:05 712
2546683 정보 오퀴즈 19시 2 19:04 83
2546682 이슈 글 배우게 된 값 3억 7천 4 19:04 704
2546681 유머 이등병부터 중대장까지 남김없이 먹는 1등 군대음식 1 19:04 404
2546680 유머 아기랑 비행기를 탔는데 친절했던 옆자리 아주머니와 승무원 13 19:02 1,049
2546679 이슈 変わらないもの (변하지 않는 것) Covered by H1-KEY(하이키) SEOI(서이) (원곡: 奥華子) 19:02 35
2546678 이슈 미국 역사상 최초 한국계 상원의원 탄생 8 19:01 865
2546677 이슈 8TURN(에잇턴) 𝐓𝐔𝐑𝐍𝐈𝐍𝐆, 𝐘𝐨𝐮 𝐀𝐫𝐞 𝐌𝐲 𝐑𝐞𝐚𝐬𝐨𝐧 💿 2024.11.11 6PM (KST) 19:01 44
2546676 이슈 에스파 카리나 UP 챌린지 X 더보이즈 선우 10 18:59 450
2546675 이슈 설거지 안해본 사람이 만든 컵.jpg 8 18:59 1,280
2546674 이슈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궁금해진 라이즈 캐릭터 10 18:58 569
2546673 이슈 미국 대선 민주당 패배 이유 24 18:56 3,845
2546672 이슈 꽉찬 육각형이 뭔지 보여준 더보이즈 매인래퍼 선우 리무진서비스 3 18:54 229
2546671 이슈 정채연 에스콰이어 화보 비하인드 18:54 273
2546670 유머 아들 물로켓대회에 나사 직원 아버지가 참가함 24 18:53 2,938
2546669 기사/뉴스 "잠꼬대 듣기 싫어" 여자친구 머리 둔기로 퍽퍽 내리친 40대 15 18:53 1,414
2546668 이슈 오늘 바이든 미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9 18:53 2,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