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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한국정부 첫 훈장 받은 일본인…한국인은 '우리 변호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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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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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東北) 미야기현(宮城)에 위치한 이시노마키시(石巻)에선 한국인에겐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인 최초로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은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1880~1953) 변호사를 기리는 전시회다.

2017년 개봉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부부를 변호하면서 인상 깊은 변론을 펼치는 일본인 변호사가 바로 후세 변호사다. 그는 1919년 2·8독립선언에 참여했던 재일조선인 유학생들과 ‘국가 전복 모의' 혐의를 받은 박열·가네코 부부를 변론했다. 일본인·조선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권 옹호를 위해 노력했던 그는 1932년 법정 모독으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는 시련도 겪었다. 정부는 그에게 2004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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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후세 다쓰지와 이시노마키시'라는 이름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이시노마키시 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 연구원이자 이번 전시 담당인 이토 타쿠미(伊藤匠)씨의 안내를 받아 자료 보관실로 들어갔다.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후세 변호사는 일본 패전 직후인 1946년 박열 열사에 대한 책을 집필했다. '운명의 승리자 박열'이란 제목의 책으로 자료 보관실엔 초고와 초판 인쇄본이 보관돼 있었다. 초고를 보다보니 '조선의 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하며 일본의 조선침략을 마음으로부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훗날 후세는 이 내용을 일제강점기 '신조선'이라는 잡지에 게재했다가 일본 검사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후세 다쓰지가 1946년 출간한 '운명의 승리자 박열'의 초판본. 정원석 특파원.

후세 다쓰지가 1946년 출간한 '운명의 승리자 박열'의 초판본. 정원석 특파원.

후세가 남긴 원고들은 대체로 필체가 각각 달랐다. 이토 연구원에 따르면 심한 수전증을 앓던 후세 변호사는 대부분의 원고를 사무실의 동료들이 받아 적게 했다고 한다. 초고 등과 함께 자료보관실엔 박열ㆍ가네코 후미코 부부, 의열단원 등 조선인들을 무료 변론하며 수집했던 법정 자료들,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상대로 전남 나주군 궁삼면의 토지 회수 운동을 폈을 때 수집한 자료들, 서울·대구 등에서 진행했던 순회 강연자료들도 있었다.


일제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후세 변호사를 당시 조선인들은 '우리들의 변호사'라고 불렀다. 그가 영면에 들었을 땐 그의 장례식에 보낸 칠언절구 형식의 애도시도 남아 있었다. 

보관실의 자료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는 대형 상설 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10평 남짓한 특별전시관에 마련돼 있었다. 

그 곳엔 후세 변호사가 인권과 노동운동, 조선인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과 함께 학창 시절의 물품, 변호사 법복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취재를 위해 머물던 3시간 동안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토 연구원은 "전시실이 좁은 탓도 있지만, 5000점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도 공개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9월 13일은 후세 변호사의 기일이다. 그를 기리기 위한 현창비는 이시노마키시의 주택가 교회 옆에 있는 작은 공원에 있다. 이곳에선 매년 그를 기리는 추도회가 열린다. 

'후세 다쓰지를 현창하는 모임(顕彰する会)'의 회장을 맡고 있는 마쓰우라 겐타로(松浦健太郎) 변호사는 후세에 대해 "일본 법조계에서는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나 일반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며 "매년 지역부터 시작해 그의 행적을 기리면서 널리 알려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창비에는 후세가 평생 자신의 신조로 삼은 글이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生きべくんば民衆とともに、死すべくんば民衆のために)'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 있는 후세 다쓰지의 현창비. 사진 정원석 도쿄특파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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