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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사회적 합의 깨고 삼성전자 압박
전삼노와 '노동 건강권 사업' 공동 추진
회사 측 노력에도 명분 없는 직업병 이슈화
"산재 판정 전 회사에 책임 요구 안 돼"
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가 '삼성 반도체 직업병'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 삼성전자와 10년 넘는 진통 끝에 가까스로 이뤄낸 사회적 합의를 사실상 뒤집는 행보여서 그 배경과 의도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이 최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의혹에 대해 해결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해당 의혹은 기흥사업장 8인치 라인에서 근골격계 질환 등 산업재해 의심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반올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과 손을 잡기까지 했다. 전삼노와 노동 건강권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1일에는 기흥사업장에서 일어난 방사선 피폭 화상 사고를 정조준했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음에도, 한 발 더 나가 중대재해로 봐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는 반올림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8년 성사된 반도체 직업병 관련 사회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3월 이후 11년 넘게 끌어온 분쟁이 종결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조정위원회 중재안에는 백혈병을 포함한 특정 질환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병 가능한 모든 직업병에 대한 예방 지원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폭넓게 보상해 왔다. 외부 전문가로 옴부즈만 위원회도 구성,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였다. 보상 문제와는 별개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나섰다. 대상은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전체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에 근골격계 예방센터 16곳을 세웠고,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이 포함된 테스크포스(TF)도 가동 중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이 또다시 반도체 직업병 이슈를 도마 위에 올리면서,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명분 없는 문제 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올림이 사회적 합의를 명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셈"이라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종사자, 국민, 국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금구 노무법인 C&B 대표 노무사는 "근골격계 질환 등이 업무상 재해로 판정되기 전부터 회사에 책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회사는 추후 정부 조사에 성실히 응하면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