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개봉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너무 늦게 나와 신선도가 떨어진 영화 '베테랑2'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류승완 감독 작품으로, 지난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후속작이다.
1편은 안하무인 재벌3세 악역 조태오(유아인)가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다.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명장면. 그런 그에 대한 서도철과 형사들의 응징 역시 통쾌함을 안겨줬다.
2편은 결이 조금 다르다. 뚜렷한 악의 위치에서 모두를 분노케 하는 빌런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정의와 신념에 대한 고민에 포커스를 뒀다. 이를 위해 숨은 영웅 혹은 살인자인 박선우를 등장시켰다.
범죄자를 제거하는 연쇄살인범이 경찰 박선우라는 사실은 초반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난다. 뻔하게 반전을 시도하는 것보단 확실히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가 수사망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자신만의 단죄를 이어가는지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이를 연기한 정해인의 속을 알 수 없는 '동공연기' 또한 주목할 부분.
선우 행동의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몰입이 떨어진다고 보는 관객도 있겠다. 그러나 오히려 그 덕에 긴장감을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 관객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인물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소위 '사적 제재'가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빈번히 제기되는 문제의식인 만큼 시의적절하다.
다만 개봉 시기가 아쉽다. 1편이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면 새로웠겠으나, 최근 디즈니+ '비질란테'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등 사적제재를 소재로 한 유사 작품이 많이 나온 탓에 신선도가 떨어진다.
서도철과 형사팀의 활약이 약하다는 것도 아쉬운 요소. 추적은 치열한 수싸움 없이 다소 싱겁게 진행된다. 수사물의 방향을 기대한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겠다. 그러다 보니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도 통쾌함보다는 찜찜함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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