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전편의 성공을 재탕하지 않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패착이 됐다. 현실감 있는 주제의식으로 속편만의 이야기를 만드려고 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플레이와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의 통쾌함 등 시리즈의 미덕은 뒷전이다. 이 정도면 이름값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 '베테랑 2'(감독 류승완) 이야기다.
범죄자만 골라 죽이며 국민의 법감정을 만족시켜 주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그를 '해치'라고 부르며 추앙하고, 그를 잡아야 하는 강력범죄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해치' 뿐만 아니라 아들 문제로도 골머리다. 그러던 중 사이버 레커 '정의부장'이 '주차장 만삭 여성 살인 사건'으로 3년 형을 선고받고 출소를 앞둔 전 소장(정만식)을 '해치'의 새로운 제물로 추천한다. 이에 서도철은 전 소장 엄호 임무를 수행하던 중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를 눈여겨보게 되고, '해치' 수사팀에 그를 불러들인다. '해치'라고 의심되는 용의자를 특정하지만, 왜인지 수사는 계속해서 난항에 빠진다.
'베테랑2'는 지난 2015년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베테랑’의 속편이다. 황정민이 1편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정의로운 서도철을 연기, 반가움을 더한다. 여기에 정해인이 박선우로 새롭게 합류했다.
우선 영화는 명확한 선과 악의 구도, 정의로운 형사가 어떤 우여곡절에도 빌런을 체포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서사가 미덕이었던 ‘베테랑’과는 영딴판이다. 물론 1편의 영광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노선을 튼 것은 칭찬할 만 하지만, 그 노선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사적복수와 마녀사냥, 학교 폭력, 다크 히어로, 정의와 신념의 충돌 등 각각 한 편의 영화로 풀어내도 모자란 소재들을 한 영화에 욱여넣어 서사에 곁가지가 너무 많다. 각 주제 의식들이 뿌리를 내리고 꽃 피울 만한 빌드업이라는 토양 없이 '갑툭튀'처럼 던져진다. 각 주제의식에 대한 깊은 사유 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줄줄이 늘어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또한 각 주제 의식들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것도 '베테랑2' 서사를 난잡하게 만들었다.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달려갔다면 시리즈의 미덕은 그대로, 속편의 차별성까지 챙겨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빌런이다. 빌런 박선우 역을 맡은 정해인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1편의 빌런 조태오(유아인)와는 다르게 박선우의 살인을 선과 악이 모호하게 그려놓았다. 문제는 이 모호함이 서도철의 정의 구현이라는 영화의 큰 맥락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만 골라 죽이는 '해치' 박선우를 추적하는 서도철을 마냥 응원할 수 없게 만든 탓에 영화의 결말이 썩 시원하지 않다.
빌런 박선우에게 어떠한 배경과 동기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빌런에게 서사를 부여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경계하라고 했더니 기본 설정까지 냅다 빼버린 모양새다. 이유와 동기가 있을 법한 행동들을 하게 해 놓고 끝까지 인물의 설정을 풀지 않아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 의식에 대한 사유가 아닌 '그래서 박선우는 왜 그런 걸까?'라는 의문만 남게 한다.
이같이 잘못된 빌런의 설계는 영화 전체를 뒤흔든다. 빌런이 아닌 서도철에게 포커스를 두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의도는 명백히 실패했다. 박선우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서도철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서도철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의식 역시 빌런에 대한 궁금증에 잡아먹혔다.
이처럼 '베테랑2'는 장르적인 재미와 쾌감보다는 현실과 맞닿아있는 주제의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안 하느니만 못했다. 9년 만에 돌아오는 만큼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할 텐데, 그렇다고 하기엔 여러모로 아쉽다. '베테랑' 시리즈와 류승완 감독의 이름값에 한참을 밑도는 결과물이다. 9년 동안 애타게 기다리게 해 놓고 가져온 결과물이 이거라니 씁쓸하다. 추석 극장가에 홀로 나서는 대작인 만큼 흥행이야 하겠지만, 그런 흥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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