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멜론맛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를 경쟁 업체가 따라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멜론 과일 본래의 연두색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서주가 10년 전 '메론바'를 내놓은 뒤 양사는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 형식의 포장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며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6일 패소했다. 빙그레는 1992년 '메로나'를 출시해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안착시켰다. 최근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연간 1800만개를 판매하고 있다. 서주는 2014년 '메론바'를 내놨다.
빙그레 측은 서주가 포장지 디자인부터 따라했다고 주장한다. 포장껍질 양쪽 끝은 짙은 초록색이지만 가운데는 옅은 색이고, 좌우로 멜론 사진을 배치시킨 점, 네모반듯한 글씨체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차별화된 포장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됐고, 이는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메로나 포장껍질이 "수요자에게 특정 출처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별적 특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은 과일 본연의 색상을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고,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빙그레가 주장한 '차별화'에 대해서도 "상품의 출처를 포장 색상으로 식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유사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른 업체들의 멜론 아이스크림의 포장에 대부분 연녹색이 들어가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하면서 "해당 상품(메로나)의 인지도를 고려할 때 상품명 자체가 포장의 다른 부분을 압도해 우선적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빙그레는 효자원(서주 전신)을 상대로 '메론바' 판매금지 가처분을 냈다가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도 "메론맛 포장에 초록색 사용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빙그레의 '비비빅', '요맘때'와 효자원의 '롱비빅', '요플러스'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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