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te.com/view/20240123n01765?mid=m03
지난 17일 경북 영천시의 천룡정사. 법당 내부에 누군가의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 영가등(燈)이 밝혀져 있었다.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이란 글귀도 보였다. 그런데 영정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얼굴이었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동물 사료가 올려져 있었다. 주인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명복을 전문으로 비는 ‘축생법당’이다. 2019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다.
주지 지덕 스님은 “죽은 반려동물을 위해 (불교식 장례 의식인) 49재와 천도재를 지내준다”고 했다. 벽에는 지난 4년간 49재를 지낸 개와 고양이 75마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작년에만 25마리의 49재를 지냈다. 초록색 영가등에는 ‘망 복실 영가 극락왕생’처럼 떠난 반려동물(복실)이 극락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길 비는 문구도 적혀 있다. 개·고양이뿐 아니라 너구리와 노루도 보였다. 스님은 “사람 가족을 보내고도 여러 번 장례 의식을 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려동물을 위해 10번 넘게 방문하는 분들도 있다”며 “애도하는 가족 모습을 보면 염불하다가 울컥하기도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49재도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2시간쯤 소요된다. 정식으로 49재를 지내면 1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사연도 다양하다. 경찰관 아빠를 둔 경찰견 무진이, 반려견 자두를 위해 인천에서 7번 왕복한 가족, 수십 년 전 잡아먹은 노루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법당을 찾은 70대 노인, 전염병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다녀간 축사 주인, 고국에서 반려견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온 재일 교포, 강아지를 잃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학생 등이 기억난다고 스님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