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이 모든 황당한 소문의 시작이 페이스북의 한 익명 게시물이라고 전했다. 소문의 배경엔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 급증이 있다. 스프링필드는 인구가 약 6만명인 중소 도시다. 주민의 약 76%가 백인이고,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많다. 그런데 약 3년 전부터 이 지역에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현지 아이티인 지원 센터에 따르면 이민자 약 1만5000명이 미 정부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받고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이주자가 불어나자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기엔 이민자들이 공장 등에서 일하며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됐지만, 이들의 숫자가 점점 불어나 주거비 상승이나 교통 체증 같은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 1년 전쯤 아이티 이주민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통학 차량을 들이받아 11세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향한 불만은 더 커졌다. 적대적인 여론은 온갖 억측으로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스프링필드 오하이오 범죄 정보’라는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 익명의 사용자가 이민자들이 사는 집을 언급하며 “이웃의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먹으려 토막을 냈다”는 글을 올렸다. 이 자극적인 글을 캡처한 화면을 사람들이 퍼날랐다. 이어 팔로어 수백만명을 보유한 영향력 있는 극우 계정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몰려왔다며 “반려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같은 글을 올렸고 관련 내용은 소셜미디어에서 더 확산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 의원이 가세하면서 일은 더욱 커졌다. 밴스는 지난 9일 소셜미디어에 “(최근 나온) 다른 보도에 따르면 아이티 불법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납치해 잡아먹는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사는 없었다. ‘근거 없는 헛소문’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밴스는 “이 모든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을 뺐지만, 이미 관련 내용은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급기야 트럼프는 10일 대선 후보 생방송 토론에 나와 이 내용을 언급했다. 진행자로부터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당했고, 트럼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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