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과 지난해에 걸쳐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됐던 직원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귀국길에 올랐다. 그동안 현지 건설과 인프라, 제조 기술 관련 인력 수십 명이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나갔었는데 저조한 수율과 이에 따른 수주의 어려움으로 인해 '1보 후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테일러 공장에 AMD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의 제품 계약을 따내 물량을 채우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연말에는 수주계약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그때까지 테일러 공장을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직원들뿐만 아니라 공장 장비 셋업 등을 돕기 위해 함께 미국으로 갔던 협력사 역시 테일러 공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순차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에서 테일러로 파견된 직원들이) 실질적 장비 셋업 없이 2년여간 시뮬레이션만 돌리고 있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2022년 착공한 테일러 공장은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지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1998년 텍사스 오스틴에 첫 미국 파운드리 공장을 완공한 이후 20여년 만에 결정한 초대형 미국 투자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에만 450억달러(약 62조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