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지역에서 초고가 주택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 예외인 곳이 있다. 한때 분양가가 200억원을 넘어서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였던 송파구 신천동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그곳.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총 223가구 중 올해 성사된 매매가 4건에 불과하다. 아직 2024년이 세달 가량 남았지만 2022년과 2023년 각각 1년간 13건, 11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또 가장 최근인 7월에 거래된 전용 204㎡는 73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5월 거래된 201㎡ 88억원, 204㎡ 76억원 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6월에 거래된 전용 181㎡ 매매가격 64억원은, 지난해 3·4월에 거래된 전용 155㎡ 63억5000만원, 150㎡ 68억4000만원과 비교했을 때 면적은 크면서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최근 서울 초고가 아파트들과 시그니엘 인근 송파구 아파트들이 거래마다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모습과 크게 다르다.
강남에서 초고가 주택을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과거 시그니엘을 한남동 유엔빌리지, 청담동 고급주거들과 함께 선택지에 놓고 고민하던 매수자들이 최근 보이지 않는다”면서 “익숙하지 않은 구조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로 분리된다는 점도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해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27명으로부터 3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전청조를 비롯해 시그니엘이 언론에 좋지 못한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미지가 나빠진 탓도 작용한다고 주변 전문가들은 전한다.
일반 아파트들에 비해 단기임대 매물이 많은 시그니엘은 사기 범죄자들이 피해자들을 현혹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재력가 행세를 하는데 수십억 집을 마련할 돈은 없지만 범행기간 몇달간만 사용하는 장소로 수천만원의 월세를 내고 시그니엘에 거주하는 것이다.
같은 공인중개사무소는 “시그니엘은 주 매수자들이 젊은 자산가들이었지만 가끔씩 외국 문화에 익숙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중요시하는 장년층들도 있었다”면서 “전청조 사건이 터지고 뉴스에 계속 시그니엘이 오르내리며 나이든 매수자들이 사라진 것도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는 요인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