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적이 있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나였던 시절.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아득하고 목울대가 항상 울렁거렸다.
그 느낌이 좋았다.
거기까지 사랑이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내게 그런 행복을 주고 또 앗아갔다.
지금 내가 울고 있는 건 그를 잃어서가 아니다.
사랑...그렇게 뜨겁던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믿어지지 않아서 운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운다.
아무 힘도 없는 사랑이 가여워서 운다.
신경질 나 죽겠어... 아부지...
이젠 남자 때문에 울 일 없을줄 알았는데…
아부지.. 서른이 되면 안그럴줄 알았어…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리면서 밤새울 일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든건데..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마음 안다치게…
그렇게 살고 싶었단 말야..근데 이게 뭐야…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굴 좋아하는 내가 끔찍해 죽겠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그래, 이젠 됐다. 그만하자. 자책도 원망도
난 겨우 30년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까.
먼 훗날에라도 다시 만나게 되면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너를 좋아했지만 너 없이도 잘 살아지더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뺨에 난 점... 너 그거 알고 있었어.
옛날에 그거 갖고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
원래 알고 있던 걸 넌 3년동안 까먹은 거야
니가 그걸 까먹는 동안 나도 변했어
우리... 그만 하자...
그만 하자...
- 사랑하니?
자꾸 생각나...
- 사랑하냐구?
보고싶어...
- 사랑하냐구!!
같이 있으면 즐거워
- 그래, 지금은 반짝반짝하겠지. 그치만 시간이 가면 다 똑같애. 지금 우리처럼... 그래도 갈래?
사람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알프레도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너무 좋아서..너무 행복해서...그래서 겁이 나 아부지
이게 깨질까봐 겁이 나 아부지
-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닥칠지 안닥칠지도 모를 일을 왜 미리 걱정을 해
-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뭐하러 해
- 뒤도 돌아보지 말고 미리 걱정도 하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는거야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투닥투닥 싸우고 화해하고 웃고 울고 연애질을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 있겠구나
연애라는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지는 않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더 사랑하는 것
ㅊㅊ ㅇㅅ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