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비상 상황에서 번 아웃을 견디며 버티고 있는 응급실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나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응급실 위기 경보가 울리고, 중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실에서 의사 윤리를 저버린 반(反)생명 행태이다.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이트 ‘감사한 의사’에 7일 ‘응급실 부역’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187개 수련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전문의·전공의 인원 집계와 일부 근무자의 실명이 공개됐다. 맨 위엔 ‘군 복무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비꼬며 응급실 파견 군의관 명단을 공개했다.
2월 전공의 이탈 후 블랙리스트 문제는 반복돼왔다. 3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에 남은 전공의 실명을 담은 ‘참의사 리스트’가 공유됐고, 그 뒤에도 ‘복귀 전공의 제보받는다’는 글에 개인 신상이 포함된 댓글이 올라왔다. 이는 예·본과 6년에 전공의 기간까지 10년 이상 관계가 이어지는 의사 사회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배신자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 결국 전공의 복귀를 막고 의료 현장을 최악으로 몰고 가 자신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집단적 이기주의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응급실 의사들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이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블랙리스트는 응급실 위기를 최악으로 몰고 가는 반생명·반윤리 범죄이다. 만약 리스트를 만든 이들이 의사라면 면허 박탈을 포함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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