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에게 선물로 초콜릿 과자 킷캣 받아보신 분들 많으시죠. 제 주변 일본인 친구들도 계절 한정 맛이 출시됐다면서 한국 올 때 선물로 가끔 주곤 하는데요. 아마 초록색 말차맛 킷캣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킷캣은 일본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 네슬레 제품이죠. 심지어 킷캣은 영국에서 탄생했는데요. 1935년 웨이퍼 비스킷을 밀크 초콜릿으로 덮은 간식을 영국 제과 회사가 출시했는데, 이름은 런던 상류층만이 가입할 수 있는 클럽 '킷캣 클럽'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킷캣 맛의 선택지가 유난히 많습니다. 빨간색 포장의 클래식한 밀크 초콜릿 맛 말고도 딸기 맛, 말차 맛, 사케 맛, 와사비 맛 별별 맛이 다 있죠. 심지어 계절별 식재료를 넣은 고구마 맛, 밥맛 등 계절 한정 제품도 출시합니다. 여기에 단맛이 적은 딸기, 말차, 진한 초콜릿 맛 킷캣은 '어른의 단맛'이라는 뜻의 '오토나노 아마사(大人の甘さ)' 시리즈로 또 묶입니다.
네슬레 재팬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을 보면 후지산 모양 팩에 든 스트로베리 케이크 맛, 전통 매실주를 뜻하는 우메슈맛부터 시작해 히로시마의 모미지 만주 맛, 호쿠리쿠 지방 특산물 앙금 샌드 맛, 교토 호지차 맛 등등 다양합니다. 지역 특산물까지 킷캣으로 만들어버린 진정한 의미의 '킷캣국'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여행하러 와서 기념품 사기 위해 들리는 마트 체인 돈키호테의 경우 관광객 많이 오는 지점은 킷캣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1억엔(9억1000만원) 이상 팔린다고 하죠.
히로시마, 호쿠리쿠 등 다양한 지역 특산품 킷캣.(사진출처=네슬레 재팬)
유명 제과 '슈가버터트리'와 협업한 킷캣.(사진출처=네슬레 재팬)
일본의 온라인매체 IT 미디어는 얼마 전 '왜 킷캣은 일본에만 40종류가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합니다. 일본에서 킷캣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관계자를 인터뷰했는데요. 현재 일본에서 판매하는 킷캣은 계절 한정 제품 등을 포함해 맛만 4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네슬레는 'Think globally, Act localy'라는 정책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로컬로 행동하자는 뜻으로, 각국 소비자의 기호나 음식 문화를 존중하면서 상품 개발을 실시하자는 것인데요. 일본은 지역별 특산품이 잘 발달한 나라고, 계절 한정 디저트 등 제철 음식을 소비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변주는 2000년에 일본에서 출시한 '킷캣 스트로베리'가 원조라고 합니다.
킷캣도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기조를 우려하고 있었다는데요. 점차 킷캣의 소비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2000년 '킷캣 스트로베리'가 히트를 했고, 이 계기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방향을 틀게 되죠.
이후 2002년에는 현지 한정의 킷캣도 실험해보는데요, 홋카이도에서만 판매하는 '유바리 멜론 맛'을 출시합니다. 이후 2008년부터는 현지 특산물 킷캣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현지 특산물 협업을 진행할 때는 '지역 경제를 응원한다'는 공통된 콘셉트를 잡아 캠페인 형식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네슬레 본사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고부가 가치화를 성공한 케이스라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킷캣 오리지널이 13개 300엔(2724원) 정도인데, 현지 특산물로 판매하는 킷캣은 10개 900엔(8174원)짜리도 있고, 6개 500엔(4541원)짜리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방일 관광객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킷캣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는데요. 원래는 관광객 대상 상품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할지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관광객도 현지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판매하는 킷캣은 전부 일본의 기호에 맞게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네슬레 재팬은 2025년 간사이·오사카 엑스포를 겨냥한 신상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오사카 엑스포 한정 맛이 또 탄생할 예정이네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참신한 시도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