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1616년 광해군 8년 증광 회시 책문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해이고, 밝으면 반드시 어두워지니 밤이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에 꼭 밤을 지새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소반에 산초를 담아 약주와 안주와 함께 웃어른께 올리고 꽃을 바치는 풍습과 폭죽을 터뜨려 귀신을 쫓아내는 풍습은 섣달 그믐밤에 밤샘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침향나무를 산처럼 얽어서 쌓고 거기에 불을 붙이는 화산(火山) 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섣달그믐 전날 밤에 하던 액막이 행사인 대나(大儺)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함양의 여관에서 주사위 놀이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여관에서 쓸쓸히 깜박이는 등불을 켜놓고 잠을 못 이룬 사람은 왜 그랬는가? 왕안석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시로 탄식했다. 소식(蘇軾)은 도소주(屠蘇酒)를 나이순에 따라 젊은이보다 나중에 마시게 된 슬픔을 노래했다. 이것들에 대해 상세히 말해 보라.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42살 광해군이 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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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왔던 책문의 예
https://www.google.com/am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810251035001/amp
이런 문제였는데 이런 문학적이고 철학이 담긴 논술문제 ㄷㄷㄷㅈ
21살에 2등으로 붙은 이명한의 대책문(1등 답안은 안 밝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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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이명한(1595-1645, 선조28-인조23)
“밝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잠깐 사이에 세월은 흐르고 그 가운데 늙어 가는구나!” 한 것은 바로 위응물(韋應物)의 말입니다. 뜬구름 같은 인생이 어찌 이리도 쉽게 늙는단 말입니까? 하루가 지나가도 사람이 늙는데, 한 해가 지나갈 때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끌듯 빨리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고 우산(牛山)에 지는 해를 원망한 것도 유래가 오래 되었습니다.
부싯돌의 불처럼 짧은 인생
집사 선생의 질문을 받고 보니, 제 마음에 서글픈 생각이 떠오릅니다. 한 해가 막 끝나는 날을 섣달 그믐날이라 하고, 그 그믐날이 막 저물어 갈 때를 그믐날 저녁이라고 합니다.
네 계절이 번갈아 갈리고 세월이 오고 가니, 우리네 인생도 끝이 있어 늙으면 젊음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도 믿을 수 없고,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100년 후의 세월에는 내가 살아 있을 수 없으니 손가락을 꼽으며 지금의 이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본문 엄청 길어서 링크 남겨둠
https://smallake.kr/?p=14441
이 젊은 선비는 인조반정 이후에도 대제학도 지내고 잘 나갔고 문제를 낸 광해군은 폐주가 되었으니 인생사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