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김양희 기자]
아내는 한 달 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남편은 한 달 뒤 파리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 다 첫 ‘금메달’이었다.
선천적 기형으로 생후 11개월에 두 다리를 절단한 헌터 우드홀(25·미국)은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육상 남자 T62 등급 400m 경기에서 46초36 기록으로, 독일의 세계 기록 보유자 요하네스 플로어스(46초9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년 전 열린 도쿄패럴림픽 때는 동메달을 땄던 그였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곧바로 트랙 옆 관중석에 있던 아내, 타라 데이비스-우드홀에게 달려가 껴안고 키스를 나눴다. 타라 데이비스 역시 지난 8월8일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멀리뛰기에서 우승한 뒤 남편에게 달려갔던 터다. 한 달 사이에 같은 장면이 연거푸 연출된 셈이다. 시상식 단상에서 눈물을 흘린 우드홀은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어서 미국 국가를 들어본 적도 없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동갑내기인 헌터-타라 부부는 2017년 한 대회에서 처음 만났고, 헌터가 타라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사귀게 됐다. 둘은 2022년 결혼에 골인했고, 현재 같은 코치 밑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헌터 우드홀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타라는 유색 인종 여성이다. 나는 장애가 있다. 우리는 당신이 누구이든,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든 ‘괜찮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해왔다. ‘황금 커플’은 4년 뒤 안방에서 열린 엘에이(LA)올림픽/패럴림픽에서 다시 ‘더블 금메달’을 노린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57419.html
https://x.com/paris2024/status/1832157364197159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