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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뉴라이트…친일·반공·독재 미화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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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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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전성시대다. 윤석열 정부 들어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면서 뉴라이트가 어떤 인물인지, 그들은 왜 친일·반민족적인 주장을 펴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8일 취임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이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광복회가 “김 관장이 뉴라이트 친일파”라고 비판하며 광복절 기념식을 따로 열면서다. 김 관장 임명 전에도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은 역사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교육·인권 기관 등 정부 기구 곳곳에 자리를 틀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뉴라이트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우파 정부와 뉴라이트는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은 우파 민족주의를 강력히 내세운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그 반대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민족주의보다 일관적인 친미와 친일 등 사대주의를 드러낸다.

그동안 우파들은 친일에 비판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박정희 대통령, 심지어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씨까지 일본에 경제적인 실리를 취했지만, 대외적으론 반일 노선을 내세웠다. 전두환씨는 히로히토 일왕의 유감 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다른 뉴라이트의 특징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여기며 숭상하는 점이다. 정통 한국의 우파들은 이승만을 독재자로 평가절하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 역시 자신들의 정통성을 이승만에게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 기존 우파의 평가가 이런데도, 뉴라이트는 왜 다른 특징을 보일까?

뉴라이트는 어떻게 나왔나?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된 뉴라이트 인사들과 이들에게 이념적 근거를 제공한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봉규 윤운식 선임기자, 신소영 김명진 김태형 기자, 연합뉴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된 뉴라이트 인사들과 이들에게 이념적 근거를 제공한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봉규 윤운식 선임기자, 신소영 김명진 김태형 기자, 연합뉴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라이트’(New Right)는 ‘신보수주의 우파’라는 뜻이다. 기존의 ‘올드라이트’(Old Right, 낡은 우파)와 차별화하려 이런 이름을 썼다. 한국 사회에서 ‘뉴라이트’라는 말은 2004년 11월 동아일보의 기획 시리즈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에서 공식화했다. 이들은 기존 보수층인 올드라이트가 구시대적 반공주의를 유일한 이념으로 내걸고 있다고 비판하며 등장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는 정치적으론 신보수주의, 경제적으론 신자유주의를 내걸었다.


당시 뉴라이트는 미국의 신보수주의 흐름인 네오콘의 정책을 많이 차용했다. ‘네오컨서버티브’(Neoconservative)의 줄임말인 네오콘은 자유의 가치를 우선시했다. 북한과 이란 등 적대국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독재 정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강경 외교 노선을 주창했다. 미국의 네오콘은 2001년 조지 더블유(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정권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를 거치면서 거의 몰락했다.

반면 한국의 뉴라이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교과서 국정화까지 시도했다가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일견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력을 장악하지 못했을 뿐, 경제·문화·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세력을 다지고 영향력을 키웠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의 확산, 한국자유회의 창립, ‘반일 종족주의’ 발간 등이 이 시기에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뉴라이트는 노골적으로 정부 기구들의 중요 직책을 차지하고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펼치고 있다.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의 뿌리는 ‘전향한 운동권’이다.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주사파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와 1991년 소련 붕괴 뒤 이론적 구심점을 잃고 새 활로를 찾았다. 대안으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내걸고 진보정당을 창당했으나 선거에서 평가받지 못했고, 이후 뉴라이트로 전향해 정치세력화를 모색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차명진·신지호·임해규 전 국회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이념적 근거를 마련해준 사람은 1987년 낙성대경제연구소를 만든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다. 안 교수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경제 사관에 남미에서 유행한 종속이론을 접목해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을 주창했다. 이 이론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와 수탈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발전이 늦어져 근대적 경제 체제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안 교수는 1986~1987년 일본 도쿄대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자신의 이론을 폐기 처분한다. 대신 들고나온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 이론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입된 기술과 자본 등으로 한반도의 근대화가 이뤄졌으며 해방 뒤에는 이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게 뼈대다. ‘식민지 반봉건사회론’과는 정반대 논리다.

안병직 교수의 제자로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9년 식민지 근대화론을 다룬 ‘반일 종족주의’를 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뉴라이트의 이념적 근거를 마련한 사람들의 특징은, 정통 역사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나 정치학자가 다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실증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일제강점기의 부실한 산업 통계를 곡해하고 그 구조적 의미를 무시해 친일 사관으로 치달았으며, 학문적으로도 실증적이거나 엄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국뽕’ 아닌 ‘왜뽕’인 이유

2005년 11월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중심이 된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이날 “올드라이트가 만들어낸 성공 신화 속에 가려진 잘못된 유산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2005년 11월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중심이 된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이날 “올드라이트가 만들어낸 성공 신화 속에 가려진 잘못된 유산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올해 1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취임했다. 그의 전공은 한국사가 아닌 영국사다. 그가 이사장 자리에 오른 재단은 2006년 중국과 일본의 동북아시아 역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앞서 박 교수는 2006년 친일 성향 책으로 비판받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공저했다.

지난 5월엔 허동현 경희대 교수가 국사편찬위원장에 올랐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 교과서 편찬 작업을 맡았다. 그는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어 7월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됐다. 김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다. 2020년부터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을 맡아왔다.


뉴라이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이들의 역사관은 이해하기 힘들게 다가온다. 일반적인 보수 우파와 달리, 그들은 조선과 한국을 낮추지만 일본은 추어올리기 때문이다. 이영훈·김낙년 교수 등이 낸 ‘반일 종족주의’는 일제 강점 당시 일본은 조선에서 식량을 수탈하지 않았고,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으며, 독도가 원래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왜 이렇게 일본에 머리를 숙이는 것일까? 뉴라이트 역사관은 시장주의가 합리적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에서 시작한 ‘합리적 시장 가설’을 역사에도 적용한다. 시장이라는 경쟁의 장소에서 승리하면 비판 없이 미화한다. 즉 뉴라이트는 ‘승자의 역사관’을 전적으로 긍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열강이 겨루던 시기에 일본은 승자였고 조선은 패배자였다.

문제는 이런 역사관으로 세계를 보니 피해자를 향한 공감은 찾기 힘들고, 오히려 피해자를 실패자로 여긴다는 점이다. 강제 동원과 일본군 위안부를 향한 시선에서 이들의 역사관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역사사회학)는 먼저 “노무현·문재인 등 진보 정부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서훈을 확대하고 친일 반민족 행위를 진상 규명하고 단죄하자, 친일과 친미를 기반으로 한 전통 보수세력은 처음엔 자신들이 ‘친일이라는 과오도 있지만 건국과 한국전쟁에서 공이 있다’는 식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올드라이트의 태도를 비판하며 나온 뉴라이트는 반일을 주장하는 쪽을 반미·친공, 심지어 ‘반일 종족주의자’로 싸잡아 비판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고 짚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0638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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