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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감금됐는데 “구글 번역기로 직접 신고해라”…한국 대사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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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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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어린 딸을 둔 40대 A씨는 지인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캄보디아에 한 투자회사가 있는데, 이체 한도가 큰 법인 계좌를 빌려주면 수수료 1.5%를 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운영하던 법인이 사실상 폐업한 상태에서 어린 딸을 어떻게 먹여살릴지 걱정하던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투자회사 관계자들도 만나고, 계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도 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직접 넘어가기로 합니다.

6월 10일. A 씨는 캄보디아에 도착했고, 이튿날 투자회사란 곳에 도착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도심에 있는 고층 건물이었습니다. '역시 돈 많은 투자회사구나' 신뢰가 갔습니다. 그렇게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6층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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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방문한 캄보디아 프놈펜의 빌딩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컴퓨터 수십대가 늘어서 있고 뜻을 알 수 없는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중국인들은 실제로 A 씨의 계좌로 입금과 송금소리로 이 가능한지 확인했습니다. 분위기가 바뀐 건 그때였습니다. A 씨의 휴대전화와 여권을 뺏은 중국인이 알 수 없는 지시를 내리자, '타타타닥' 발소리를 내며 여럿이 달려 왔습니다. 캄보디아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어깨엔 소총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고 A 씨의 옆구리와 관자놀이에 총을 들이댔습니다.

덩치가 좋고 어렸을때부터 운동을 했던 A 씨였지만, 온 몸에 힘이 풀렸습니다. A 씨는 그렇게 간이 침대만 있는 601호 객실에 감금됐습니다. 복도엔 CCTV가 있있고, 바로 옆 침대엔 군복을 입은 조직원이 A씨를 바라보고 누워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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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관 연락했는데..."구글 번역기 써서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해라"

다행히 A 씨는 가방 깊숙한 곳에 휴대전화를 하나 더 숨겨왔습니다. 가족들의 번호만 저장된 예비 휴대전화였습니다. 부인에게 '감금됐다' 연락을 했고, 한국에선 말그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가족들의 신고로 캄보디아 대사관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화장실이나 조직원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살려달라며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사관 직원은 직접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를 해야한다면서 '신고 메뉴얼'을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바로 옆 간이 침대엔 조직원이 두 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렵게 전화를 건다고 해도 캄보디아어도, 영어도 할 줄 몰랐습니다. 어떻게 신고를 하냐고 항의도 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이 가관입니다. "구글 번역기를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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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A씨가 감금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A씨는 조직원들이 주는 밥을 한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혹시 뭐가 들었을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힘은 점점 빠져가고, A 씨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쥐어짜내 탈출을 결심합니다.


6층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4층 테라스가 있었습니다. 아찔했지만, 한국에 있는 어린 딸을 생각해 용기를 냈습니다. 조직원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4층 테라스에 발이 닿는 그 순간부터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지하주차장까지 뛰어내려간 A 씨. 뒤를 돌아보니 총을 든 조직원들 둘이 쫓아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몸싸움이 일어났고, A 씨는 손을 다쳤습니다. 마침 길을 지나던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탔고, A 씨는 외쳤습니다. "코리아 코리아!"

택시 기사에겐 손짓 발짓으로 납치당했고, 탈출했고, 그래서 돈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도 택시 기사는 돈을 안 받고 대사관에 A씨를 데려다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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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면서 손을 다친 A씨


■ 대사관 갔더니 "업무시간 되면 다시 오세요"

6월 17일 새벽 6시. 대사관 앞에 도착한 A 씨 손엔 예비용 휴대전화 하나만 들려있을 뿐이었습니다. 구조를 요청했던 직원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습니다.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본인의 출근 시간인 오전 8시에 다시 오라는 거였습니다. 조직원들이 다시 뒤를 쫓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별 수도 없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카페도 없었습니다. A 씨는 두 시간 동안 대사관 근처 쓰레기 더미에서 몸을 숨긴채 벌벌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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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A 씨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 6월 19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위치 추적이 두려워 며칠 간 꺼놓은 휴대전화엔 '가만두지 않겠다'는 섬뜩한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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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대응하고 있다'는 외교부...대사관이 이래도 되나?

A 씨와 같은 사례는 더 있었습니다. '대사관이 관심없어 한다'며 현지 교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취재진은 왜 이렇게 무심한지, 수차례 외교부에 입장을 물었습니다. 외교부는 "한국인 피해신고 접수 시 현지 기관과 협조해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취업 사기 예방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취업 사기 관련한 신고는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는 것이 캄보디아 경찰의 원칙"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한국인의 안전'보다 '캄보디아 경찰의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사관. 정말 한국 대사관이 맞긴 한걸까요?

https://naver.me/xNLLvWj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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