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커피는 정말 100년이 넘은 커피 브랜드일까."
최근 롯데백화점이 글로벌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를 서울 청담동에 단독 오픈하면서 국내 식음료 업계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바샤커피는 중세 모로코 마라케시의 럭셔리 콘셉트를 차용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 원두 100g당 140만원 하는 고가 커피를 판매해 커피계의 '에르메스'로도 불린다. 바샤커피 로고에 새겨진 ‘1910’이라는 연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하다. 명품이 명품일 수 있는 것은 소비자가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구매할 가치가 있는 무형의 헤리티지와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샤커피가 설립된 배경을 보면 초고가 명품 브랜드들의 헤리티지와는 거리가 멀다. 바샤커피의 모기업인 영국 차 브랜드 TWG를 운영하는 V3그룹에 따르면 바샤커피는 지난2019년 TWG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창업한 신생 브랜드다. 1910년이라는 숫자는 TWG가 바샤커피를 1910년 모로코 마라케시 궁전의 '다르엘바샤'로 불렸던 커피룸을 본따 만들었기 때문에 표시됐다. 다르엘바샤는 당시 모로코 귀족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커피를 마시며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곳이었지만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타하 부크딥 바샤커피 대표(CEO)는 100여년 전 북아프리카 고급 커피 문화의 상징이었던 다르엘바샤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재현해 2019년 커피 브랜드를 론칭했다. 실제로 바샤커피 매장은 당시 마라케시 궁전 커피룸의 체크 무늬 타일을 바닥에 깔았고, 컬러를 주황색과 금색으로 꾸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샤커피의 1910은 114년 된 커피 브랜드라는 뜻이 아니라 1910년대 마라케시 궁전의 화려함을 담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바샤커피의 이러한 '헤리티지 마케팅'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선 넘은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바샤커피를 마치 1910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브랜드라고 오인할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에 관한 공정화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장된 헤리티지 마케팅은 오히려 브랜드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바샤커피의 헤리티지 마케팅이 글로벌 식음료 업계에서 처음 통용된 것은 아니다. 부크딥 대표는 앞서 2007년 TWG 브랜드를 내놓을 때도 로고에 '1837'라는 연도를 새겨 재미를 봤다. TWG 또한 1837이라는 숫자 때문에 200여년 된 역사와 전통의 티 브랜드로 보이지만, 이는 싱가포르에 차와 향료가 처음 들어오면서 상공회의소가 생겨진 해를 의미할 뿐 TWG 브랜드 설립일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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