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김준한, 감출 수 없는 리듬감…이토록 완벽한 완급조절
굿파트너 김준한 / 사진=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
'워맨스'(우먼+로맨스) 드라마인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장나라(차은경 역), 남지현(한유리 역)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배우를 말하라면 단연코 정우진 역의 김준한일 것이다. 부드럽지만 진중한, 차은경을 대하는 특유의 다정한 모습은 설레기까지 하다. 김준한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우진을 현실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미남형이 아닌 친근한 외모도 몫을 했다. 비현실적인 로맨티시스트 설정, 실제로 대화하듯한 현실성 있는 연기, 비교적 평범한 얼굴의 배우가 만나자 작품 속 인물은 살에 와닿는 매력을 느끼게끔 한다.
'굿파트너'의 우진은 은경을 오랜 시간 짝사랑했고 그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진은 신입 변호사 시절부터 은경과 함께했다. 자신과 달리 냉철하고 직설적인 은경을 보며 동경했고, 은경에게 변호사로서 많은 걸 배웠다. 우진은 인간 은경을 존중하고, 변호사 은경을 존경한다. 그리고 여자 은경을 사랑한다. 은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당사자에게 내색한 적은 없다. 이미 가정이 있는 은경에게 우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은경의 오래된 습관을 기억해 그가 필요한 것들을 내어주고, 다정하고 힘이 되는 말 한두 마디를 건넬 따름이다.
이런 우진의 매력이 가장 돋보인 건 7회였다. 은경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최사라(한재이)가 법무법인에서 해고된 후 우진을 찾아가 "정신 차리세요. 차은경 일이지 변호사님 일이 아니잖아요. 이러다 변호사님이 다쳐요"라고 말하자 우진의 얼굴엔 야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리곤 "당신이 내 일로 만들어줬잖아. 내가 오피스 허즈밴드라며"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하며 입가를 미세하게 실룩이는 우진의 얼굴은 소름 돋을 만큼 냉소적이다. 사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후 "평생 죄인으로 살아"라고 말하는 다음 장면에선 짜릿할 만큼 정제된 분노를 보여준다.
은경과 마주한 바로 다음 신에선 말과 눈빛의 온도가 180도 다르다.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해서 은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시청자들도 느끼게끔 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더욱 달콤한 이 로맨티시스트의 얼굴은 그의 순애보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커다란 바람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 남자는 김준한에 의해 진짜로 존재할 것 같은 남자가 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얼굴을 갈아끼웠다는 찬사를 할 수밖에 없는 연기다. 김준한은 신기할 만큼 낯빛의 온도를 정반대로 오가며 우진을 다단한 매력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김준한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우진은 '굿파트너'에서 매력적으로 존재한다. 과거 김준한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주어진 대본대로 하는 배우가 아닌 자기식으로 인물을 만들어가는 배우였다. 그의 또 다른 인생 작이라 할 만한 드라마 전작 쿠팡플레이 '안나'의 지훈도 그의 세밀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그해 최고의 악역을 탄생시켰다.
평소 독서와 영화 감상을 즐기는 김준한은 보고 듣는 것에서 필요로 하는 감정선의 데이터를 늘 축적하고, 이것들을 하나하나 뼛속 깊이 새겨 넣는다. 때문에 어떤 역할이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늘 준비된 자세를 갖추고 있는 배우다. 오늘날 김준한의 연기는 '폼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미친 폼'의 이 배우는 '굿파트너'에선 해처럼, '안나'에선 달처럼 존재했던 것처럼 작품을 뜨겁고 차갑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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