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은 날마다,
어디서부터가 내 잘못이었는지, 더 나은 방법이 있었던 건지,
답해 줄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새벽에 잠이 깰 때마다 버릇처럼 같은 기억을 끄집어내 되새겼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내 잘못이 아니었고,
어떤 날은 그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
<토요일의 주인님>
나는 끝나가는 것들의 마지막에 서 있고,
그대는 다가오는 것들의 선봉장이지.
<펄>
삶의 어느 순간은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
<해의 흔적>
내 삶에 있어서 의심은 버릇이었다.
그랬더니 조금 안전해졌고, 아주 많은 순수를 잃었다.
<반칙>
내 생각인데,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깨닫게 돼.
자신의 삶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계기는 다양하겠지.
부모에게 부정당했을 때, 호된 실연을 당했을 때,
소수의 용기 있는 사람이 목숨 걸고 짜낸 목소리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현실을 목격했을 때….
혹은 그저, 매일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혼자 깨닫게 되는 거지.
나는 무엇도 바꾸지 못할 것이며
내 삶은 이곳에 존재하든 하지 않든
어떠한 의미도 영향도 없다는 것을.
<사한>
세상에 별것도 아닌 상처는 없다.
아무리 작은 생채기라도, 일단 생긴 이상 이전과는 분명 다른 상태가 되니까.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그러니 마지막 순간의, 평생 전해질 리 없는 혼잣말 한마디 쯤은.
토해 내고 죽어도 되지 않을까.
사랑해요. 숨을 쉬는 모든 순간마다 사랑했어요.
정말이에요.
<가청주파수>
사람은 보통 아주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이거든.
삶 자체를 지탱하는 밑바탕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그것만큼은 흔들리면 안 돼.
<패션>
청아. 전 국토에 불을 지르고, 모든 신하와 백성들의 목을 벨까.
이 황궁 따위는 흔적조차 남지 않도록 없애 버릴까.
그렇게 잿더미가 된 폐허에 우리 둘만 남아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입을 맞출까.
<단수지벽>
잘 들어, 필드 위에서 겁이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게.
나한테 패스해. 어디서 어떻게 보내든 무조건 골로 받아서 연결해 줄 테니까.
믿어. 득점 인터뷰에서 네 이름도 불러줄게.
무서울수록 덤비고 부딪쳐서 넘어뜨려야지.
넌 오늘 득점할 수 있을 거야.
- 그런 걸 어떻게 장담해?
할 수 있지.
누가 네 축구화를 신겨줬는지 생각해 봐.
<키스 더 그라운드>
아직도 겁이 나? 아직도 날 사랑하는 게 무서워?
그러면 나는 또, 기다릴 수 있어.
네가 다시 용기를 낼 때까지.
<해후>
나를 타협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네요.
<살인마 르웰린 씨의 낭만적인 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