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치동 입성이요? 현금 20억 들고 오세요” 배정 주소지 마감에 불나는 전화통 [부동산360]
학교 배정 주소지 마감 한 달 앞두고 분주
대치동 아파트들 경쟁처럼 신고가 행진
학군 걸린 단지 내 이동, 도곡→대치행 多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경.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정주원 기자] “더 선호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이사를 하기도 해요. 몇 동인지에 따라서 가는 학교가 달라져 그게 집값 차이로 나타납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학군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대치동 집값을 가열 시키고 있는거죠.”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쉴 새 없는 문의 전화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다음 달 18일부터 21일까지 중학교 배정을 위한 주소지 이전 및 등록 절차를 마무리 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금이 2학기 개학 전 이사를 마무리하는 수요까지 겹쳐 최고로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 ‘빅3(대청중학교·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숙명여자중학교)에 자녀를 입학 시키고자 문의를 많이 주신다”며 “수요는 넘쳐 나는데 정작 매물은 적어 가격이 오른 상태”라고 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과거에는 빨라도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등학교·명문대학교·의과대학교 진학 준비를 시키기 위해 움직였다면 이제는 초등학교 졸업 전부터 준비한다”며 “자녀가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미리 학원가 접근성이나 배정 중학교 등을 고려해 대치동으로 이사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움직이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현상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달 36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맞은편에 위치한 ‘대치 선경 아파트’도 지난달 전용 127㎡가 42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올 봄 처음으로 40억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최고가를 찍었다. ‘대치 동부센트레빌’도 전용 198㎡가 지난달 55억3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장은 과거에 비해 매매가 전·월세보다 거래도 활발하고 가격 오름세도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는 매물도 거의 없고 가격 또한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임차인들이 많아져서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동부센트레빌에 전용 121㎡ 딱 하나 전세로 나와 있다. 작년에는 20억대까지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20억원 이상에 거래된다”며 “매물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 차라리 그 가격이면 대출을 끼고서라도 대치동에 내 집 마련하자는 수요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내에서도 경쟁은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동 별로 특정 학교에 배정 받을 확률이 다른 점이 일대 아파트 가격을 자극하는 요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서다. 작년에 통상적인 학군 배정 확률을 깨고 변수가 많아, 오히려 더 확실한 학군지를 찾아 대치동 안에서도 이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대치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치 우성·선경아파트는 1·2차 단지로 나뉜다. 단지 위치에 따라 대치초등학교 혹은 대곡초등학교로 다르게 배정 받는다”며 “대치초·대청중 선호하는 심리 때문에 1차 단지가 가격도 비싸고 거래도 활발하다”고 했다.
실제 선경 1차 아파트(1동~7동)에 속한 전용 163㎡는 7월에 1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된 반면 2차 아파트(8동~12동) 전용 160㎡는 비슷한 시기인 지난 6월 16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학군이 달라 도곡동에서 대치동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도곡렉슬·타워팰리스에서 아이파크·동부센트레빌·대치팰리스로 이동이 잦다”며 “선릉로 기준으로 마주 보고 있을만큼 가까운데 동 단위로 배정 학교가 나뉘고 학원 교통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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