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왕 킨지 투헤이티아 푸타타우 테 훼로훼로 7세가 지난달 사망하면서 그의 딸인 나와이 호노 이 테 포 파키(27)가 5일(현지시간) 8대 마오리족 군주가 됐다.
나와이 여왕은 이날 뉴질랜드 북섬에서 열린 성대한 행사에서 마오리 족장 협의회에 의해 쿠이니(마오리족 어로 ‘여왕’을 뜻함)로 지명됐다.
나와이 여왕은 마오리족의 2번째 여왕으로, 최초의 여왕은 그의 할머니인 테 아타이랑이카후 여왕이다.
나와이 여왕은 지난달 30일 69세의 일기로 사망한 킨지 투헤이티아 국왕의 막내딸이다.
마오이족 왕의 주요 거주지인 ‘투랑가와에와 마라에’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새 군주로 발표된 아와이 여왕은 장식이 조각된 나무 왕좌에 앉았다.
나와이 여왕은 1858년 초대 마오리 왕을 위한 기름 부음 행사 때 사용한 것과 동일한 성경으로 축복을 받았다. 아버지의 관 앞에 앉은 새 여왕은 화환과 망토차림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망한 왕을 매장하기 전 기도와 성가 의식이 이어졌다. 6일간 안치돼 있던 왕의 시신은 이후 카누 행렬에 의해 운구돼 마지막 안식처이자 마오리족에게 신성한 곳인 타우피리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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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이 여왕의 임명은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이를 쇄신의 제스처로 받아들이며, 청년 마오리족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 이들이 많다. 새 여왕은 마오리 문화학 석사 학위가 있으며, 마오리족의 공연 예술인 ‘카파 하카’를 가르치고 있다.
국왕의 장례식에서도 하카 의식이 등장해 여러모로 감동을 자아냈다.
킨지 투헤이티아 왕의 관은 와이카토강을 따라 조각된 와카(조각 장식이 있으며 전투에 사용되던 카누) 행렬에 의해 타우피리 산으로 옮겨졌다.
이번 의식을 마지막으로 지난 1주일간 이어진 공식적인 장례 절차는 끝이 났다.
장례식 당시 마오리족 왕의 대변인인 라후이 파파는 “킨지 투헤이티아 왕의 죽음은 그를 따르던 이들과 마오리족, 국가 전체에 큰 슬픔”이라고 언급했다.
“위대한 저 너머로 가신 지도자여, 사랑과 함께 편히 쉬시기를.”
한편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의 크리스 힙킨스 대표는 국왕 서거 직후 “우리 나라는 애도할 것”이라면서 “그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훌륭한 왕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 뉴질랜드를 하나로 모으는 데 진정으로 집중한 인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또한 킨지 투헤이티아 왕을 “마오리족과 모든 뉴질랜드 국민을 위한 헌신이 잘 느껴졌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부 뉴질랜드 국민들로부터 반 마오리적 정책을 펼친다고 비난받는 럭슨 총리는 현재 한국을 공식 방문 중으로, 장례식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뉴질랜드 전역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원주민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마련된 정책을 뒤집으려는 현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반대하는 정부 계획으로는 재신다 아던 전 총리 시절 정부 시절에 설립된 테 아카 와이 오라(마오이 보건 당국)를 폐쇄하려는 계획, 일부 부서의 명칭을 마오리어에서 영어로 바꾸려는 계획 등을 꼽을 수 있다.
몰려든 대규모 추모객을 수용하고자 킨지 투헤이티아 왕의 공식 애도 기간은 기존 3일에서 7일로 연장됐다.
마오리족 언론인인 메레아나 혼드는 ‘BBC 뉴스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건 처음 겪어본다”고 했다.
“이번 연립 정부 하에서 여러 정치적, 사회적 압력을 받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아오테아로아(마오리어로 ‘뉴질랜드’)/뉴질랜드의 모든 부족을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왕을 잃었습니다.”
한편 킨지 투헤이티아 왕은 지난 1955년 투헤아티아 파키에서 태어나 2006년 어머니인 테 아타이랑이카후 여왕이 사망하자 국왕으로 즉위했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마오리족을 겨냥한 정책에 맞서 단결하자고 촉구하는 등 마오리족 통합에 앞장섰던 인물로 여겨진다.
마오리족의 군주제는 지난 19세기, 여러 여러 마오리 부족이 뉴질랜드 내 영국인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한 광범위한 토지 상실을 막고,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고자 유럽의 군주제와 비슷하게 자신들을 하나로 묶어줄 인물을 선정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국왕의 역할도 대부분 의례적이다.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0k4mj0x5kno
https://x.com/BBCNewsKorea_u/status/1831601935591637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