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협력기금에 157억 수입? 알고보니 펀드 청산 잔여금
뉴스타파가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의 ‘2023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기획재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에 지난 해 157억6천만원의 수입이 발생했다고 기재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157억 원은 과거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의 미래탄소펀드에 출자한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증권이 청산되면서 남은 출자 잔여금 1,200만 달러(157억6,0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이 운영한 미래탄소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1,200만 달러만 돌려 받게 되었다는 얘기인데, 다른 말로 하면 약 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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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견된 상황서 투자 강행?
특히 한국이 투자를 강행했던 미래탄소펀드 사업 초기의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이미 실패가 예견된 사업을 정부가 무리하게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미래탄소펀드 사업이 시작된 배경은 1997년 일본에서 체결된 교토의정서와 관련이 깊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앞서 산업화를 진행한 선진국의 책임이 큰 만큼 선진국에 대한 감축 의무를 규정한 것이 교토 의정서의 핵심이다. 교토 의정서 후속 합의에 따라 선진국들은 1차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의무 감축량을 정하게 됐다. 한국의 투자 근거가 된 청정개발체제(CDM), 즉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녹색 산업을 지원해 탄소 배출을 줄일 경우 이를 선진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마련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할 국제적 의무를 면제 받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한국이 2차 의무 감축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리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미래탄소펀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동아시아 국가들과 기후변화 대처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그 배경이다. 기획재정부는 미래탄소펀드 투자 목적으로 △한국의 의무감축국 전환 대비 탄소배출권 선제적 확보 △선진금융 기법 습득 및 경험 축적△녹색금융 선도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등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중대 변수가 발생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 참여 국가들이 2차 의무감축 합의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교토의정서의 ‘선진국 책임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감축 의무가 사라지면서 CDM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이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00만 달러씩 총 네 차례에 걸쳐 2,000만 달러 출자를 완료한다. 투자를 강행한 것이다.
다수의 선진국 기업이 출자할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도 어긋났다. 당초 미래탄소펀드는 우리 정부 외에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5개국 정부와 미국, 영국, 일본의 에너지 다소비 기업 다수가 출자해 총 2억 달러 모집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 이후인 2010년 3월 마감된 펀드 모집 총액은 1억1,500만 달러로 목표치에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포르투갈 정부가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국가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교토의정서 무력화로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 감축 의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었던만큼 예측가능한 결과였다. 투자자 확인 결과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 포스코가 각각 2,000만 달러를 투자해 한국이 총 4,000만 달러를 출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손실 규모 또한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 https://naver.me/GOPPG9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