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음악 작업은 마감 기한에 맞춰 해내야 하는 ‘일’이 되었고, 누구나 그렇듯 일이 되니 흥미가 떨어졌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20년부터는 멘탈이 바닥을 쳤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왔다. 허울을 쫓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고,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모든 것이 짐이었다. 공허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음악이 재미없었고, 작업실에 나가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가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영화를 좋아해?”라고 물으면 항상 “음… 뭐… 다 좋은데? 로코도 좋고 범죄, 액션도 좋고…”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곤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메모장을 열어 초등학생 시절에나 해봤던 스스로의 100문 100답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영화 등을 적어 내려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대답을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기억 속에 담아두지 않아서 질문을 받았을 때 꺼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대부분 두루두루 좋아한게 맞았다. 하지만 100문 100답을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것에 채도를 더해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나는 나를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앨범, 좋아하는 아티스트 등 모든 것을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었고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충격적으로 좋아했던 것들을 접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시 되살아났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집합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좋아한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음악을 접한 영향도 있어서 그런지 코드 진행의 감정선이 명확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영화 음악에도 빠져서 고등학교 시절 혼자 학교 도서관에서 화성학 책과 영화 음악 책을 사서 공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음악은 Skrillex의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앨범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운드에 압도되어 한동안 전자음악에 빠져 있었고 2013년에는 Avicii와 Coldplay에 빠져 살기도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요소들인 ‘아름다운 선율’과 ‘감동을 주는 가사’를 가진 ‘전자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것이 음악을 시작한 이유이자 본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작은 용기에 있다.
앨범 [CÖURAGE]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앨범이며, 듣는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앨범이 되면 좋겠다.
글이 좋아서 가져와봄ㅋㅋ
https://youtu.be/fg8dZH5VDAs?si=mIBFscLR6M2clwlO
https://www.instagram.com/p/C_YD5JgT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