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드라마를 통해 세상의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뜻밖에도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출산후 자신이 받았던 따가운 시선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애를 안고 있으면 ‘자상하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보영은 “아이가 남편한테 안기는 걸 좋아해서 남편이 애를 안고 다니면 다들 ‘고생이 많다’고 하더라. 남자가 아기 띠 하면 '역시 대단하다'고 하고 제가 하면 '뭐 힘들다고 하냐'고 그러고.
“밖에 애를 데리고 나가면 애를 안고 있는 아빠는 칭찬을 받고, 나한테는 뭐라고 한소리들 한다. 체력적으로 아빠가 애를 더 잘 안아줄 수 있고, 애도 아빠를 더 편해한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 그냥 그때의 나의 모습으로 나는 굉장히 ‘나쁜 엄마’가 돼있더라. 아니면 굉장히 시집 잘 간 여자가 돼있더라. 엄마에 대해 사회의 기대가 너무 높다.
그러면서 심지어 엄마에 대해 가장 이해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산후조리원에서조차 모성애를 강요당했다고 토로했다. 내가 애가 100일이 될때까지도 자책을 많이 했다. ‘내가 내 애한테 줄 수 있는걸 안주고 있나’, ‘나는 나쁜 엄마인가’, ‘왜 다들 나에게 뭐라고 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저와 상관이 없는 주변 사람들까지 저에게 ‘엄마는 이래야 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어요.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밤중 수유를 안했어요. 잠을 충분히 자야 좋은 컨디션으로 아이를 볼 수 있었고, 엄마도 제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런데 ‘이보영 씨만 안해요’라고 다그치는 거예요. ‘모유수유를 왜 안 하냐’는 얘기부터 ‘아기 옷은 왜 이렇게 입혔냐’까지 별 얘기를 다 들었어요. ‘엄마라면 수유는 당연히 해야 된다’는 식이었어요. 다들 자꾸 저를 혼내는 거예요.
맞벌이 부부라서 일도 같이 하는데 왜 오빠가 하면 대단한 거고, 내가 안하면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가 되는 건지. 공동육아인데 누구는 칭찬을 받고, 누구는 질타받는 시선이 싫었어요.
또, 아이랑 저도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빠들에겐 아이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반면, 엄마에 대한 이해는 당연시 되지 않더라고요.
엄마의 모습은 다양하다. 못된 엄마, 헌신적인 엄마처럼. '엄마는 이래야 돼'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얘기를 왜 여자에게만 하나 생각이 들었죠. 이상하게 보시는 분도 있고 공감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세상엔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다 있어요. 저도 우리 딸에게 최고의 엄마일 수도 있지만 가장 먼저 상처를 주는 성인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더’를 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가졌을 엄마들에게도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기 인생을 잘 살길, 죄책감을 가지지 않길, 지금 애한테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이다 보니 아이에게 실수를 하고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건 서로 살아가면서 맞춰가는 게 아닐까. 엄마라는 무게에 짓눌려서 내가 나쁜 엄마가 아닐까 자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2018년 드라마 <마더> 이보영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