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신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새 검정 교과서가 공개된 가운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 합격한 한 출판사가 검정 신청 자격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증거가 드러났다. ‘무자격 출판사’를 검증하지 못한 교육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혹으로 얼룩진 '뉴라이트' 논란 교과서 발행 출판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30일 관보를 통해 2022 교육과정을 반영한 초·중·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고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서는 9곳의 출판사가 합격했다. 이 가운데 한국학력평가원(학력평가원)이라는 출판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교과서 검정을 신청해 합격한 곳이다. 여기에 검정 결과 발표 전부터 뉴라이트 성향의 필진이 모여 교과서를 집필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과서 업계와 교육현장의 관심은 학력평가원으로 쏠렸다.
-
이번 주 실시된 검정 교과서 전시본 배송 과정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전시본들은 11개의 박스에 나눠 포장돼 학교 현장으로 일괄 배송됐는데, 한국사1, 2 교과서가 담긴 박스만 빠진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전시본이 담긴 박스는 나흘이나 늦게 배송됐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으로 교육과정평가원이 특정 출판사, 즉, 뒤늦게 검정을 신청한 한국학력평가원에 교과서 오류 수정 시간을 벌어주고 제작 일정에 편의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했어야 할 출판사의 자격 문제에 대해 평가원이 이렇게 허술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는 명확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갖고 자격을 재검증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검정 신청 자격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학력평가원에 실질적인 제재 처분을 내리게 될지도 주목된다.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저작자 또는 발행자가 이 영 또는 이 영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였을 때’나 ‘검정도서로 존속시키기 곤란한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교육부장관은 검정 합격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 범위에서 발행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