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12707?sid=102
노동시간 줄였더니 사직률 감소…노동환경 개선,
지표로 확인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2023년에 1년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했다. 3개 병동(신촌 2개·강남 1개)에서 30명(상·하반기에 5명씩 병동별 10명)이 임금 10% 삭감을 수용하고 참여했다. 비록 규모는 작았으나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병원에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정부나 기관 주도가 아닌 노사 합의를 통해 이뤄진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지난 7월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지난해 시범사업 성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을 통해 ‘주 4일제를 하면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비롯한 노동환경이 개선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당연한 결과 같지만, 주관적·객관적 지표로서 이를 확인한 것은 국내에선 사실상 처음이다. 그간 민간 사업장에서 주 4일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진한 사례들이 나왔으지만 연구집단과 함께 주 4일제 실험을 설계하고, 이 사업의 성과를 분석·평가한 건 세브란스병원이 처음이었다.
■‘사직률’ 감소가 의미하는 것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한 신촌 병동의 2023년 사직률은 전년 대비 3.6~6.2%포인트 감소했다. 강남 병동은 전년 대비 8.8%포인트 줄었다. 신촌 1개 병동에서 지난해 사직률은 ‘0%’였다. 전체 실험 병동의 병가 사용(1·2인실 병동 제외)은 시행 이전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고객소리함에 들어온 연간 친절 건수는 1.5~2.6배로 증가했다. 수면장애, 근골격계 질환, 우울감 등이 줄었다. ‘프리젠티즘’(아파도 출근)도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김종진 소장은 “중증도 높은 환자가 있는 병동에서 간호사 사직률이 0%가 나왔다는 건 주 4일제 효과 말고는 해석이 어렵다”며 “심리적 계약 관계, 즉 병원에서 당장 이걸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예측 가능한 기대치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직률이 감소하면 노동자는 단절 없이 경력을 이어가고, 병원은 신입 직원을 교육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환자는 숙련도 높은 간호사의 간호를 받을 수 있다. 김종진 소장은 “사학연금 가입 대상인 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사업장이라면 퇴직자에 지급할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나가지 않는데, 이런 사회경제적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OECD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1872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42시간)보다 긴 편이다. 독일(1343시간), 덴마크(1380시간) 등은 한국보다 훨씬 적고 가까운 일본도 1611시간이다. 김종진 소장은 “한국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이후 노동시간이 계속 증가했고, 2000년대 들어서야 주 5일제를 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1950년대 이후부터 노동시간이 지속해 줄어든 독일 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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