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조합 감독기관 출신의 고위 공무원이 심사도 받지 않고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법인이라 취업 심사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상호금융이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관리감독책임이 있는 당국자들이 낙하산 특혜까지 받으면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같은 중앙회임에도 농협 중앙회는 취업심사 대상이라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한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취업심사 대상인 퇴직공직자들은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에 취업할 때 공직자윤리위원회 의무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들을 감독하는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이 자유롭게 피감독기관에 재취업할 수 있는 구조다. 1981년 공직자윤리법 제정 이후 40년이 넘도록 취업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와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취업심사대상자로서 3년간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퇴직 전 5년 동안 맡은 업무와 대상기관 간 관련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업 이 가능하다. 취업심사 대상자는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법관·검사, 공기업 기관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이상 간부 등이다. 취업심사대상기관은 자본금이 10억 원 이상이고 연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연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 등이다.
하지만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취업심사기관 및 법인에 5대 상호금융 중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는 빠져있다. 취업심사를 받지 않으니 행안부·금융위·금감원 출신이 중앙회에 얼마나 취업했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취업제한 규정에 구멍이 뚫린 이유는 중앙회가 비영리 법인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법·수산업협동조합법·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중앙회는 영리 업무를 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산림조합 중앙회는 식품 등 국민안전 인증·검사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특정 분야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 농협 중앙회는 관계사인 농협은행이 취업심사기관 영리사기업체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대상 협회로 지정됐다.
현행 법이 상호금융 중앙회를 일반 협회로 간주하는 탓에 규정이 허점 투성이다.
부처의 한 관계자는 “5개 중앙회 중 농협과 산림조합만 취업심사 대상”이라며 “다른 중앙회도 심사를 받으려면 법 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장 재산등록·공개 의무가 농협·수협에만 해당할 뿐 새마을금고·신협·산림조합에 적용되지 않는 점도 모순적이다. 공직자윤리법이 1993년 7월부터 재산등록 의무자에 농협·수협 중앙회장과 상임감사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회가 법상 비영리법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회가 금융업을 하는 금고·조합을 관리감독하는데, 그 자리에 감독기관 출신이 심사없이 갈 수 있다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창영 기자
https://v.daum.net/v/20240901145438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