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흐지부지 안 되길"‥용기 낸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의 당부 [M피소드]
3,803 7
2024.09.01 13:00
3,803 7



"나를 갉아먹는 기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하대 졸업생 유 모 씨는 1년 넘게 텔레그램 딥페이크 합성방에 들어가 직접 가해자를 특정할 자료를 모았습니다.

모욕과 조롱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멈추지 않은 건 '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정부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왜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해결에 나서는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처음 용기를 내 피해를 말한 피해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용하는 피해자들의 이름은 모두 성까지 바꾼 가명임을 알려드립니다.



■ "저도 다시 힘을 내요"‥피해자들의 용기가 모여 이뤄낸 변화



인하대 졸업생 유 모 씨는 지난해 1,200명이 참가한 텔레그램 방을 발견했습니다. 방 이름에는 '인하대'와 자신의 이름이 모욕적으로 적혀있었고, 오고 가는 대화 역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찰에도 신고해봤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몇 개월 만에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결국 유 씨는 직접 가해자 검거에 나섰습니다. 1년간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 증거 자료를 모으며 대화 내용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그사이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쏟아졌고, 그 속엔 성희롱과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지인들을 해치겠다며 협박하고, 결혼식까지 찾아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유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이거는 너 때문에 지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거다. 얘는 지인들 팔아 넘기는 애다' 이렇게까지 얘기를 했거든요. '너는 어떻게든 끝까지 쫓아갈 거다. 네가 결혼하면 몰래 가서 뷔페에서 밥을 먹겠다.', '애를 낳는다면 너의 애까지 이런 일을 만들 거다. 평생을 쫓아가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거 보고 이제 한숨밖에 안 나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1년 넘게 증거를 모은 끝에 가해자 중 극히 일부가 검거됐습니다. 언론사 제보도 준비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목소리 낸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유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저도 정말 1년 넘게 진행하면서 중간에 포기해야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나를 갉아먹는 기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도 후 피해자들이) 수사 중지를 당해서 잊고 살았는데 다시 시작하게 됐다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봤어요.'위로가 됐고 자기도 용기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 이야기들로 저도 다시 힘을 내고 있거든요."

수개월간 보도를 준비하며 만난 피해자들은 마음 한켠에 각기 다른 모양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다가도 당시 피해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피해는 계속되지만 가해자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에 단념하다가도 분노가 치솟는다고 했습니다. '진짜 내 몸이 아니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누가 내 합성 사진을 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평화롭던 일상은 점차 곪아갔습니다.


■ 대통령 "디지털 성범죄 뿌리 뽑아달라" 지시‥부랴부랴 대책 마련 나선 관계부처



보도 이후 중고등학교생 여성 군인 등 연령과 직군에 관계없이 피해자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아달라'고 지시했습니다. 교육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잇따라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입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영상물에 대한 처벌 기준을 현행 징역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의 입법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불법 영상물을 자율규제할 수 있도록 텔레그램과 핫라인 구축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수사 기관도 적극 검거에 나섰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과는 '딥페이크 집중대응 TF'를 꾸리고 내년 3월까지 집중 단속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 "'나 못 잡아' 인식이 더 큰 문제"‥인하대 피해자들의 당부



피해자들은 쏟아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책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왜 정부가 이전에는 적극 대응하지 않았는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전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화가 났죠. 제가 갔을 때만 해도 못 잡는다, 잡을 방법이 없다. 이렇게 무기력하게만 해주시다가 이렇게 파장 커지고 나니까 한두 명씩 잡히고 있잖아요. 그러면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찾다 보면 뭐라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것 같아요. 그때 빨리빨리 잡았다면은 이렇게까지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유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이렇게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일을 지금 다루는 게 어떻게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암울해요. '이미 전부터 진행이 됐었더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피해를 입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법안을 만들고 강화해야 되고 이런 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면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들어도 잡히지 않을 거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유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형량을 높이면 이게 경각심이 커지는 거긴 한데 사람들이 지금 당장에 '이걸 하면 벌을 이만큼 받는대' 보다는 '나 못 잡아'가 더 큰 문제인 것 같아서."

[차 모 씨/인하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여성]
"(딥페이크 텔레그램 방은) 언제든 그냥 바로 또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니까…법안들이 시작만 아니라 끝마무리도 잘 됐으면, 흐지부지 안 됐으면 좋겠어요."

여러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여전히 텔레그램 방에선 '절대 잡히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참가자들도 있습니다. 이번 파장이 일궈낸 관심이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때입니다.



MBC 이승지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371504?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타입넘버 X 더쿠 🌟] 미리 만나는 손안의 크리스마스, <타입넘버 핸드크림 홀리데이 에디션> 체험 이벤트 156 00:05 1,89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361,96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105,22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235,459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589,64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79,81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73,01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6 20.05.17 4,659,20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118,8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43,96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5199 기사/뉴스 '싱글맘' 채림, 제주 대저택 최초 공개 "전성기 때 번 돈으로 사는 중" ('솔로라서') 21 01:05 2,693
315198 기사/뉴스 뉴진스는 뒤집어졌는데…다니엘 친언니, 싱가포르 행사 출격 [공식] 154 00:48 12,276
315197 기사/뉴스 우리는 삼립호빵으로 간다…SPC, ‘삐약이’ 신유빈 광고 모델 발탁 8 00:47 1,041
315196 기사/뉴스 '굿파트너'가 적자 났다면 드라마제작은 어떻게 해야할까요[서병기 연예톡톡] 17 00:41 2,015
315195 기사/뉴스 [팝업뮤직]역시 지디는 지디..7년 공백 깬 지드래곤 '파워', 톱 찍었다 1 00:25 757
315194 기사/뉴스 ‘베놈: 라스트 댄스’ 개봉 9일째 100만 관객 돌파, 하반기 외화 압도적 1위 질주 6 00:22 498
315193 기사/뉴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 출시 2 00:13 2,106
315192 기사/뉴스 '성유리 남편' 징역 7년 구형.."억울하다던" 성유리 어쩌나 [종합] 21 10.31 3,476
315191 기사/뉴스 “무대까지 오른 열렬 팬과 결국”...‘시월 마지막밤’ 이용의 결혼과 명곡에 얽힌 비화 5 10.31 1,697
315190 기사/뉴스 [단독] 네이버웹툰, 美 집단소송 대표자 선정 문제로 ‘일시 중지’ 290 10.31 33,355
315189 기사/뉴스 [단독] 北 파병군에 '경찰' '미사일 부대' 소속 포함…"노동자 20만 명도 러시아행" 6 10.31 1,242
315188 기사/뉴스 성유리 억울하댔는데…"남편 안성현 징역 7년+벌금 20억+추징금 15억 구형"[종합] 15 10.31 2,490
315187 기사/뉴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 출시 8 10.31 3,740
315186 기사/뉴스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 카펠라, 한국 진출 3 10.31 2,207
315185 기사/뉴스 멸종위기의 사향노루 9 10.31 2,390
315184 기사/뉴스 ‘직원 과로사 은폐 의혹·직장 내 따돌림’ 하이브, 으뜸기업 선정 취소 국민청원 제기 44 10.31 1,634
315183 기사/뉴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잊혀진 계절’ 가수 이용의 만행을 41 10.31 7,876
315182 기사/뉴스 코랄헤이즈, 투바투 범규 한일 동시 모델 발탁 5 10.31 1,620
315181 기사/뉴스 오늘 MBC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 멘트🗞️ 444 10.31 58,192
315180 기사/뉴스 하이브 '내부 문건' 파장 일파만파…바닥 떨어진 신뢰도 <연합뉴스TV> 16 10.31 1,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