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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의사 없어요, 다른 준비를 하세요" 췌장암 말기 환자 가족이 들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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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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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치료 못 받아 발 동동 구르는데... 사라진 의사들, 무책임한 정부, 텅 빈 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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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관계자 및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위 병원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2024.8.30
ⓒ 연합뉴스

지난 사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느낀대로라면, 30년은 흐른 것 같다.

'아, 이게 의료 대란이구나! 이런 게 풍전등화라는 거구나.'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동생은 췌장암 말기 환자다. 최근, 암이 늑막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폐에 물이 차 위험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입원을 하려고 하니 병실이 없어서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기저질환이 있어 좀 더 시급한 환자로 분류되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었다.

기존에 교수 진료를 받고 있었으므로 그나마 신규 환자보다는 입원이 빨랐다. 그렇게 겨우 8월초에 입원을 할 수 있었고, 지난 27일 입원 후 20일째를 맞이했다.

기다림 끝에 입원... 회진엔 달랑 교수 한 명

동생과 가족들은 병실에서 검사를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언제 검사하느냐 묻는 환자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알 수 없어요. 차근차근 하고 있으니 기다리세요'라는 게 전부였다. 의료진들은 마음이 급한 환자와 가족들에 비해 느긋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7일 오후 7시 무렵부터 동생이 토혈을 시작했다. 그래도 병원에 입원 중이라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계들이 신속하게 부착됐다. 그리고 당직의 한 사람이 다녀갔다. 초저녁 시간인데도 그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의료대란은 환자와 보호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처방은 수혈과 피검사였다. 동생은 혈액을 3봉지 수혈하는 동안 혈변으로 다 쏟아내면서 ECG(Electrocardiogram) 뚫어지게 주시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전공의가 없어, 위중한 환자들만 받아주는 대학병원의 응급체계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심각성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 아무것도 못할 때 느껴지는 자괴감은 사람을 몹시 비루하게 만든다.

'나는 왜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 했던가, 내 자식들은 왜 하나도 의사가 되지 못 했을까...' 의료대란은 애꿎은 자식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말도 안 되는 투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태의 원인을 내 안으로 쓸어 담는 고질병이다. 말로만 듣던 의료대란의 광풍은 멈출 기미조차 없어 보이는데, 내가 처한 현실을 보면 등골이 오싹하다.

다음 날(28일) 새벽, 교수의 회진을 맞았다. 이 시간이 환자나 보호자에겐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시간이다.

그런데, 그래도 대학병원을 먹여 살린다는 회진에 교수가 달랑 혼자다. 회진 온 교수는 간밤에 환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모르는 눈치다. 보호자의 호소로 겨우 '간밤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를 알아차린다. 그는 '의사가 어떻게 그것도 모르고 왔느냐'라는 원망의 눈초리를 알아차렸던 걸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병원 문 닫게 생겼어요. 의사가 없어요. 이미 진행이 많이 된 상태니 다른 준비를 하셔야죠?"

그 말을 해석해 보니, 당신은 병원으로 올 게 아니라 장례식장으로 가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의료대란으로 의과대학 교수들이 얼마나 고단한지 안다. 그나마 그들이 있어서 병원이 문을 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이렇게 입원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감히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으니, 예민한 반응을 보인 걸까.

그러나, 분명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가 다녀간 다음에도 응급시술보다 위급 상황에 대한 여러 동의서 작성이 먼저였다. 필요한 절차임을 알지만, 그게 꼭 환자의 가족들에겐 '죽음 준비'처럼 여겨졌다.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둥, 중중 환자실에서 혼자 죽고 싶지 않다는 둥...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가도 생각해야 했으므로 길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당일(28일) 오전 응급 시술(동생의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은 불가능했고, 시술만 진행했다)에 들어가고, 해당 과로 전과되면서 치료 계획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환자는 죽어가는데, 텅 빈 병동... 이게 말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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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도 정부도 둘 다 고래다.
ⓒ unsplash

병동을 옮겼으니 입원 생활을 위해선 탐색이 필요했다. 늦은 저녁 시간이 돼서야 병실, 병동을 둘러볼 수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뭐야? 병실이 텅텅 비었잖아?'

전해 들은 사실과는 딴판이다.

'분명 병실이 없어서 환자를 받아줄 수 없다고 그랬는데... 오늘 퇴원이 많아서 그런가? 하기야 우리도 그래서 들어올 수 있었는지도 몰라.'

또 하루가 지났다. 병실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다.

'늘 꽉 찼던 병실이 왜?'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를 입원시켜도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으니 그저 비워두고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추측을 할 뿐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부는 의료 대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그저 '원활하다, 문제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원활하지 않다. 입원까지 기다리고, 필요한 검사도 기다리고, 수술도 기다리고, …다 기다려야만 겨우 순번을 받을 수 있다. 죽음이 코앞이라면 그 기다림 앞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어느 여당 인사의 말이 생각났다. 국가를 이루는 3요소가 '국민, 주권, 영토'인데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주권이 없었기 때문에 나라가 없었으므로 8월 15일은 건국일이란다. 인용하기에도 민망한 말이라 잠시 주저해 보지만 그럼 지금은 국민이 있는가 묻고 싶다. 국민이 없는 의료정책을 펼치는 이 시국에 과연 나라가 존재하는가?

의료계도 정부도 둘 다 고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분쟁은 즉각 중단하라.

제발 부탁 드린다. 국민을 생각하는 나라가 되어 주시라. 국민은 지금 몹시 힘들다.

의료진에게도 부탁 드린다. 합의점을 찾아 돌아오시라. 환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나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죽어가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4617?type=editn&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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