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뭐 하나 해결될 기미는 없습니다. 큐텐 사태의 중심인 구영배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등을 합병해 다시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사업을 정상화해 거기서 나오는 매출로 빚을 갚겠다는 건데, 누가 이름만 바꾼 티몬·위메프에 돈을 쓰겠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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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이 와중에 '유탄'을 맞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구·가전 쇼핑몰 '알렛츠'가 폐업을 결정했고요. 1세대 디자인상품 전문몰 '1300k'도 문을 닫았습니다. 카카오 등에서 기프티콘을 유통하는 '엠트웰브'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중소 업체들이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최근엔 업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이는 중대형 이커머스에도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티몬, 위메프처럼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제로는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코로나19를 통해 크게 성장한 가구 전문 이커머스 '오늘의집'과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연 '컬리'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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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도 솔깃한 이유
물론 근거 없는 헛소문은 사라져야겠지만, 소비자들이 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믿은 데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라는 대형 이커머스가 무너지면서 소비자들도 외형 성장이 아닌 내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주요 이커머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글들이 돌아다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컬리와 오늘의집은 불안한 기업입니다. 컬리는 아직까지 흑자를 내 본 적이 없는 기업입니다. 올해 상반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냈다고 밝혔지만 아무튼 '진짜 흑자'는 아니죠.
순손실 규모를 꾸준히 줄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쌓인 결손금 규모만 2조원이 넘습니다. 또 컬리는 정산주기가 50~60일로 긴 기업입니다. 오늘의집도 지난해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합니다. 여러모로 티몬과 위메프가 떠오릅니다. 대중이 이 두 기업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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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이 9월부터 일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오늘의집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들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의 경우 9000억원에 달하는 유동부채 중 7400억원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관련된 금액입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이 모두 부여된 우선주입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성장하면 우선주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환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회계기준상 부채로 잡히긴 하지만 진짜 부채는 아닌 셈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오늘의집의 자본총계는 2200억원이 넘습니다.
컬리 역시 비슷합니다. 2조원대의 결손금 중 절반이 RCPS 관련 금액입니다. 그간 투자를 이어온 탓에 누적적자가 쌓여 있지만 이게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EBITDA 흑자도 마찬가지입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가상각비용을 제외하기 전의 영업이익인데요. 영업외 고정비를 제외하고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입니다.
컬리가 기준으로 삼는 조정 EBITDA는 여기에서 주식기준보상비용(스톡옵션)까지 제외한 수치입니다. 업계에선 EBITDA가 플러스(+)로 돌아서면 기업이 흑자전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봅니다. 컬리가 이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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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조정 EBITDA 현황/사진제공=컬리한 기업이 무너지면 그 기업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건 이번 큐텐 사태에서 알 수 있습니다. 돈을 받지 못한 판매자, 물건을 받지 못한 소비자,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던 티몬과 위메프의 직원들이 모두 피해자가 됐습니다. 합당한 지적과 문제제기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게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됩니다.
잘못된 정보를 알리는 데는 한 줄의 글이면 충분하지만 이를 바로잡는 데는 훨씬 많은 해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한 줄의 잘못된 정보는 한 기업을 휘청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48/0000028648?type=editn&cds=news_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