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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글로벌 대기업 임원이 마트 아르바이트생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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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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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재직하던 회사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으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심지어 아무런 언질 없이요. 일단 당혹스러움, 배신감, 허무함과 같은 감정이 들 것 같고요. 그다음 누군가는 자기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새 직장을 찾아 나설 것이고, 아니면 재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당분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선택을 할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16년간 몸담았던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 디렉터(임원)까지 지내다 정리해고를 당한 정김경숙 씨(56·로이스 김)는 남들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습니다. 정리해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마트 시급제 직원, 카페 바리스타, 택시 운전, 펫 시터 등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겁니다.

부지런하게 사는 게 관성이어서 ‘오늘은 500보 이하로 걷기’ 같은 특이한 목표를 정해야만 집에서 쉴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남들이 보기에는 관성을 깨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브렉퍼스트 시즌2〉의 첫 인터뷰이로 제격이었습니다.

‘지천명’의 나이에 미국 본사로

그가 미국으로 향한 건 2019년, 51살 때였습니다. 구글코리아의 커뮤니케이션팀 리드(총괄 임원)였던 그는 ‘구글 본사에 인터내셔널 미디어를 담당하는 사람을 두면 좋겠다’는 제안을 부사장에게 합니다. 미국 본사에 있는 커뮤니케이션팀과 각 국가에 있는 구글 지사의 커뮤니케이션팀이 유기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본사는 정 씨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인터내셔널 미디어 담당직을 신설했습니다. 정 씨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자리는 아니었지만, 지원자 중 한 명이었던 정 씨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미국행이 이뤄진 겁니다.

정김경숙 씨의 미국 구글 본사 재직 시절 모습. 정 씨 왼쪽에는 구글 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이동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구글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정김경숙 씨 제공.원본보기

정김경숙 씨의 미국 구글 본사 재직 시절 모습. 정 씨 왼쪽에는 구글 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이동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구글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정김경숙 씨 제공.
“영어를 써야 하고, 게다가 말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곳이 커뮤니케이션팀이거든요. 출국을 앞두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거에요. 그래도 한 번 가보자, 가서 망하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본사로 갔어요.”

팀이라고는 했지만, 처음에는 1명뿐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니 나라별 시차 때문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업무를 해야 했죠. 하나씩 일을 풀어가며 성취감은 커졌고, 팀 규모도 점차 성장했습니다.

16년간 믿은 도끼에 발등 찍히다

내로라하는 회사들까지 직원을 해고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구글은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풍파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할 때도, 구글은 안전한 곳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구글코리아부터 시작하면 16년간 구글에 몸담아왔기에 더 확신했습니다.

“회사 후배들이 불안하다고 말하면, 제가 괜찮을 거라며 안심시켜 줬거든요. 저조차도 심리적으로 정리해고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였던 것이죠.”

정김경숙 씨가 미국 구글 본사 사무실에서 활짝 웃음을 짓고 있다. 정김경숙 씨 제공.원본보기

정김경숙 씨가 미국 구글 본사 사무실에서 활짝 웃음을 짓고 있다. 정김경숙 씨 제공.
지난해 1월,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켰습니다. 그런데 접속이 되질 않았습니다. ‘오류가 났나’ 생각하며 개인 메일함을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당신 고용에 관한 공지’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있었습니다. ‘생뚱맞은 제목이네’라는 생각을 하며 열어본 메일에는 ‘당신은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팸 메일, 장난 메일이라 생각해 사실 다 읽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좀 이따가 저를 미국으로 이끌어주셨던 부사장님이 전화를 하셔서 ‘괜찮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실감하게 됐어요.”

당시 구글은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벌입니다. 알고 보니 정 씨와 정 씨의 팀도 그 대상에 포함이 됐고요.

슬픔에는 다섯 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가 있다고 하죠. 처음에는 구글이 대량 메일을 발송하면서 실수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일 ‘어제 보낸 건 실수였어. 너는 거기에 해당이 안 돼’라고 말하는 이메일이 다시 오진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런 메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화가 나더라고요. 난 열심히 일했고, 계속 인사 고과도 좋았고, 팀도 커졌고 인정도 받았는데. Why me?(왜 나야?) 하면서요. 제가 구글을 매우 좋아했거든요. 사람들도 저에게 ‘뼛속까지 구글러’라고 얘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분노의 감정은 곧 현실에 대한 타협과 수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25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병가 한 번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좀 쉬어갈 때도 됐지’라며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갭 이어(gap year)를 갖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리해고 통지를 받은 지 이틀 뒤, 일요일 밤. 그는 평소 해보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금요일에 정리해고 통지를 받았고 이틀이 지나 일요일 밤이 됐는데,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매일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내일부터는 날 찾는 사람이 없고, 그 많던 미팅도 없으니 ‘내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두렵더라고요.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84938?type=editn&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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