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고 있는 소비, 가라앉는 경기
30일 아침 8시. 통계청은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1.9%(계절조정 기준) 줄었다고 밝혔다. 소매판매는 지난 2월 큰 폭(3.2%) 감소한 뒤 매달 소폭 증감을 이어오다 지난달 다시 2%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절대 수준도 낮다. 지난달 소매판매지수(100.6 2020년=100)는 2020년 7월(98.9) 이후 가장 낮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 소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 위축은 전방위적이다. 내구재(-2.3%)·준내구재(-2.1%)·비내구재(-1.6%)를 가리지 않고 모두 줄었다. 소비자들이 푼돈과 목돈을 가리지 않고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전반적인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다섯달 연속 하락세다. 경기가 꾸준히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회복 전망도 어둡다.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세금은 안 걷혀
오전 11시. 기획재정부도 우울한 숫자를 내놨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세 수입이 세입 예산의 56.8%만 걷혔다고 기재부는 발표했다. 최근 5년간 7월까지의 국세수입 진도율 평균은 64.3%(최대·최소 연도 제외)다. 이는 세수 결손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걸 뜻한다. 정부도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56조원) 수준은 아니지만 수십조원의 결손은 확실시된다고 보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추정한 결손 규모는 약 23조원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은 재정 운용의 차질을 불러온다. 돈이 없어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사업을 하지 못할 위험(예산 불용)이 일차적으로 생긴다. 또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건전성도 훼손된다. 한 예로 지난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도 세수 결손 여파로 애초 예상보다 약 29조원 더 불어났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서 예상한 올해 재정 적자 규모(91조6천억원)보다 실제 규모는 10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뜻이다.
집값·가계빚은 눈덩이
아침 6시. 국토부는 가장 이른 시각에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이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달 전보다 1.4배 늘어나 모두 1만2783건이라고 발표했다. 서울 주택 매매 거래가 1만건을 넘어선 건 집값 폭등기인 2021년 8월 이후 2년11개월 만이다. 한해 전에 견주면 두배 남짓 폭증했다. 늘어난 거래의 약 30%가 강남 4구에서 발생했다.
매매 거래량 확대는 가계빚 증가를 동반한다. 실제 7월 한달 동안 가계대출은 전 금융권 기준 5조원이 급증했으며 그 여파는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만 보면 7조원 이상 불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 한창 불이 붙고 있을 때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디에스알(DSR) 2단계 적용 시점을 예고한 시점보다 두달 늦추기로 한 발표는 지난 6월25일 이뤄졌다. 정책 실기가 집값 급등과 빚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반의 위험을 키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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