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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사 교과서 합격' 출판사, 알고보니 자격 요건 조작...평가원의 부실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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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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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신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새 검정 교과서가 공개된 가운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 합격한 한 출판사가 검정 신청 자격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증거가 드러났다. ‘무자격 출판사’를 검증하지 못한 교육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혹으로 얼룩진 '뉴라이트' 논란 교과서 발행 출판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30일 관보를 통해 2022 교육과정을 반영한 초·중·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고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서는 9곳의 출판사가 합격했다. 이 가운데 한국학력평가원(학력평가원)이라는 출판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교과서 검정을 신청해 합격한 곳이다. 여기에 검정 결과 발표 전부터 뉴라이트 성향의 필진이 모여 교과서를 집필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과서 업계와 교육현장의 관심은 학력평가원으로 쏠렸다.

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

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

뉴스타파는 학력평가원의 교과서 검정 신청 배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출판사가 검정 신청에 필요한 ‘출판 실적’을 허위로 꾸며낸 사실을 확인했다.

출판사가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하는 두 가지 자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2020년 12월 12일 이후 최근 3년간 검정을 신청하는 교과와 관련된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한 실적을 증빙해야 한다. 둘째, 관련 교과를 전공했으며, 검정 대상 교과서를 전담할 편집자가 근속 중이어야 한다.

지난해 1월 교육과정평가원은 새 교과서 검정을 실시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 시점 학력평가원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2022년 1월 이후로는 출판 실적이 전무했다. 재무상태 자료를 보면 당시 학력평가원은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율이 약 -56%로 매출액 3억 4000여만원 대비 영업이익은 1억 9000만 원의 손실을 안았다.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기 직전 연도인 2022년에도 1억 5천만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총액은 6억 원 안팎에 불과한데 부채총액은 24억 원에 이르렀다. 사설 기업신용평가업체는 이 출판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이 보통 이하이며 거래안정성 저하가 예상되어 주의를 요하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검정 교과서 개발·발행에 수억 원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는데 학력평가원은 후발주자로서 도전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더구나 학력평가원은 2010년 이후로는 이번 검정 신청과도 관련된 역사계열 도서를 발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교과서 검정 실시 공고가 나자 행보가 달라졌다. 검정 실시 공고가 난  뒤 6개월이 지난 지난해 7월, 학력평가원은 돌연 ‘한국사2 적중 340제’라는 수능 기출 문제집 한 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받은 기록이 확인된다. 이후 이 문제집의 인쇄본을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용으로 제출했다.

현행 법령상 출판사가 인쇄용 도서를 발행하게 되면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용으로 제출해야 하는, 납본 의무가 생긴다. 따라서 법령상 이 납본 의무를 완료한 기록은 출판 실적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학력평가원이 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한 자격 요건 증빙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학력평가원은 지난해 한국사 수능 기출문제집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고 받은 증명서를 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학력평가원은 지난해 문제집 1권을 발행한 기록으로 최근 3년 사이 검정 신청 교과 관련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한국학력평가원은 2023년 ‘한국사2’라는 서적을 발행해 중앙도서관에 납본한 실적을 교과서 검정 신청 요건 증빙자료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했다. (강경숙 의원실 제공)

한국학력평가원은 2023년 ‘한국사2’라는 서적을 발행해 중앙도서관에 납본한 실적을 교과서 검정 신청 요건 증빙자료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했다. (강경숙 의원실 제공)


뉴스타파, 해당 출판사 검정 심사 자료 조작 확인

그런데 뉴스타파가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된 학력평가원의 한국사 문제집 실물을 검토해보니, 최신 수능 기출문제집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상한 점이 드러났다. 이 문제집의 실물은 현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서고에 보관돼 있다. 지난해 출판된 문제집인데도 속지에는 ‘2008 수능 완벽 대비서’로 소개돼 있으며, 실제로 2007 수능 기출 문제까지만 실려 있다.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 신청 시 출판 실적으로 제출한 2023년판 한국사 수능 기출 문제집 속지에 ‘2008 수능 완벽 대비서’라는 소개가 적혀 있다.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 신청 시 출판 실적으로 제출한 2023년판 한국사 수능 기출 문제집 속지에 ‘2008 수능 완벽 대비서’라는 소개가 적혀 있다.

이 문제집은 현행 2015 교육과정 시행 이전에 제작된 정황이 뚜렷하다. 목차를 보면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 근대 사회의 전개, 민족독립운동의 전개, 현대사회의 발전 순의 4개의 대단원 아래 세부 단원이 배열돼 있다. 이는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상 사회과 과목 한국근·현대사의 단원 구분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 근·현대사 교육과정이 한국사라는 단일 과목에 통합돼 있으므로 최신 교재라면 현행 한국사 교육과정을 반영해 제작됐어야 한다.

한국학력평가원은 2007년 발간한 한국근현대사 문제집(오른쪽)의 표지만 바꿔 지난해 한국사2 적중 340제라는 제목의 수능기출문제집을 발행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2007년 발간한 한국근현대사 문제집(오른쪽)의 표지만 바꿔 지난해 한국사2 적중 340제라는 제목의 수능기출문제집을 발행했다.

이 같은 의혹은 취재팀이 학력평가원의 옛 문제집 한 권을 입수하면서 풀리게 됐다. 취재팀이 입수한 문제집은 ‘엑시트 한국근·현대사 340제’라는 제목으로 2007년 1월 학력평가원에서 출판된 책이다. 2023년판 문제집과 2007년판 문제집 실물을 대조한 결과, 내용과 구성, 문장뿐 아니라 쪽번호까지 모두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학력평가원은 2007년판 문제집의 속지는 그대로 인쇄한 뒤, 앞뒤 표지만 새것으로 붙여 재활용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2023년판 문제집이 시중에서 판매되거나 품절·절판된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학력평가원은 애초부터 판매 목적이 없는 가짜 문제집을 찍어낸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07/000000213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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