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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계 최고 마린스키 발레단에 ‘한국인 브라더스’가 빛난다 (김기민, 전민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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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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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마린스키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2월 입단할 예정인 전민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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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쯤 발레를 시작했어요. ‘발레 소년’들에게 (김기민) 형은 꿈처럼 먼 사람이었죠.”

발레리노 전민철(20·한예종3)의 얘길 듣던 마린스키 발레단 10년 차 수석 무용수 김기민(31)이 대견한 듯 웃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는 세계 최고의 발레단이자 발레에 인생을 건 세계의 모든 무용수들에겐 꿈의 무대. 김기민은 이 발레단의 모든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지금 ‘마린스키의 간판’인 세계 최정상 발레리노다. 그리고 전민철은 내년 2월 바로 그 마린스키에 입단할 예정.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

늘 신중하고 진지한 전민철은 “발레리노가 꿈인 소년이 주인공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는데, 그때도 발레 배우던 남자아이들 사이에 김기민은 ‘연예인’이었다”고 했다. “아니, 오디션에 떨어졌다고? 하하.” 김기민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한예종 김선희 교수님이 처음 민철이가 춤추는 영상을 보여주셨어. ‘김기민 다음을 이을 발레리노’라고 하시는데, 발레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몸이더라. 근데 ‘아냐, 나보다 뛰어난 무용수가 될 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김기민은 “나는 민철이 나이 때 저렇게 추지 못했다. 김기민과 비교되는 게 아니라, 민철이만이 출 수 있는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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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민은 2011년 마린스키에 입단해 2015년 4월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김기민 이전에는 외국인 무용수가 거의 없을 만큼 러시아 순혈주의 전통이 강했던 발레단. 게다가 마린스키는 작품과 무용수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다르게 매겨진다. 몇 년 전 만났을 때 그에게 ‘공연 표값도 가장 비싸다더라’고 물었더니 ‘동료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며 끝까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김기민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또 웃었다. “제 공연 티켓 가격이 제일 비싸요. 사실이에요. 러시아어에도 존댓말이 있는데, 이제 모든 사람들이 저한테 존대를 해요. ‘그러시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요. 적지 않은 변화죠.” 김기민은 “이번에 새로 젊은 무용수가 수석이 되기 전까지 마린스키의 최연소 기록은 대부분 내가 갖고 있었다. 이제 민철이가 내 기록들을 깨길 바란다”고도 했다.

전민철의 마린스키 입단 오디션에도 김기민의 역할은 컸다. 두 달 전 전민철이 마린스키로 가서 입단 오디션을 보기 전, 영상으로 먼저 마린스키의 수뇌부에게 보여줄 작품들을 고르는 걸 도와준 것이다. “마린스키에선 어린데도 완성형의 춤을 추려 하는 무용수보다 ‘조금만 다듬으면 최고가 될 수 있을 원석’ 같은 무용수를 좋아해요. 민철이에게도 그런 모습을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고르도록 조언했죠.” 김기민은 “민철이는 내년 2월에 입단할 예정이다. 계약서 서명이 마지막 입단 확정 절차지만, 발레단 내부에선 민철이가 오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민철은 오디션을 보러 마린스키에 갔을 때 김기민이 ‘지그프리트’로 공연한 ‘백조의 호수’를 봤다. 감상을 묻자 그는 마치 작동이 멈춘 컴퓨터처럼 잠시 아무 말도 못 하는 ‘멈춤’ 상태가 됐다. 옆에 있던 김기민이 “그 마음 이해된다. 나도 그랬다”며 말을 보탰다. “마린스키 팬들은 정말 발레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발레를 사랑해요. 객석에 앉아만 있어도 그 마음과 열정이 뿜어져나와 전해져 오죠.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건 무용수에게도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그제서야 전민철이 말했다. “공연 뒤 김선희 교수님께 전화했어요. ‘교수님, 저 이 발레단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 이 무대에서 꼭 춤추고 싶어요’ 하고요.” 전민철은 “혼자 객석에 앉아서 그저 빨리 이 무대에서, 그냥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전민철은 내달 27~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라바야데르’로 전막 발레에 데뷔한다. 클래식 발레 ‘라바야데르’는 고난도 동작으로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힘들어하는 작품. 특히 주인공 ‘솔로르’는 한 번 추고 나면 어지간한 무용수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삐걱인다. 하지만 이 역할로 ‘세계 무용계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김기민에겐 “몸에 맞는 옷처럼 편안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춤춰도 하나도 안 힘든 작품”이다. 그 말을 듣던 전민철이 웃었다. “안 힘들다고요? 전 연습하는 지금도 너무 힘든데요? 하하.”

이제 내년부턴 낯선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김기민이 전민철을 큰형처럼 챙겨줄 차례. 김기민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도와주세요’보다 ‘같이 해볼까요’라고 말해줘. 그럼 언제든지 같이 할게. 앞으로는 내가 마린스키에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너를 돕는 일일 거야.” 전민철은 벌써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 바비큐와 부대찌개를 닮은 현지 스프가 또 먹고 싶다. 김기민이 말했다. “걱정 마, 형이 배 터지게 먹여 줄게!”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전문 

https://naver.me/xs38kA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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