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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선호사상이 극심했던 지역에서 나고 자란 C씨(27·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백말띠 여자들은 기가 세다", "너희 때에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반 농담처럼 들으며 자랐다.
116.5명(여아 100명당 남자 신생아 수)이라는 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1990년에 태어난 C씨에게 여아 성감별 낙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장 C씨의 어머니 또한 여자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시가로부터 수차례 낙태를 강요당했다.
C씨는 "저희 집뿐만 아니라 주변에 여아를 살해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며 "친가에 사촌오빠가 없었거나 사촌오빠보다 개월수가 빨랐다면 저도 죽었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3만2200명(7.3%) 감소한 40만6200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1970년대 산아제한정책이 실시된 이후 기승을 부린 여아 선별낙태의 결과로 가임여성 인구 수 또한 감소하면서 출생아 수와 출산율 또한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새 15~49세 가임여성 인구는 줄곧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 1357만9000명이던 가임여성 인구는 2012년 1309만6000명으로 줄어 간신히 1300만명대를 웃돌았지만 2014년 1290만9000명, 2015년 1279만6000명, 2016년 1267만8000명으로 쭉 감소해 왔다.
가임 여성 인구는 공교롭게도 산아제한 정책에 더해 '범띠, 용띠,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는 성차별적 통념 아래 여아 선별낙태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면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해진 시기에 태어난 여성 인구와도 맞물린다.
통계청이 인구동향조사를 시작한 1970년부터 한국의 성비는 줄곧 자연 성비인 105명을 웃돌았다. 이같은 경향이 가장 극심해진 것이 범띠 해인 1986년(111.7명)과 용띠 해인 1988년(113.2명), '백말띠' 해인 1990년(116.5명)이다. 모두 결혼 적령기인 25~34세에 걸쳐 있는 인구다.
그해의 띠에 따라 성비 불균형이 심해지는 경향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나, 여아 선별낙태의 결과로 가임 여성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범띠와 용띠 해인 1998년과 2000년의 성비는 110.2명, '흑말띠' 해인 2002년의 성비는 110명으로 직전과 직후 해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의 저출산 지표 및 시사점'을 통해 이처럼 오랫동안 진행된 가임여성 인구수의 감소로 출생아 수가 감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995년 이후 출생 집단이 가임여성 인구집단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출생아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합계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출생한 사람들이 결혼·출산 시기에 진입하는 한 세대 이후에나 저출산 정책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젠더사이드' 물결에서 살아남은 당사자는 이에 더해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남아를 선호하는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C씨는 "임신도 출산도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지만 저같은 여성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암묵적으로 여성들이 (여아 선별낙태와 같은) 수난을 감수하도록 강요했던 가부장적 구조와 감수성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뉴스 1990년생 백말띠의 비극…"아이 낳을 여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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