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피의자, 수십억 손실 주장 …주변에 범행 예고
수사·재판 과정서 불만…살인미수 혐의 현행범 체포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1조 4000억 원대 '코인 먹튀'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모 씨(40)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A 씨가 주변에 범행을 예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평소 "죄짓고 벌 받겠다"고 말해 그의 주변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거액을 잃은 A 씨가 수사·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50대 남성 A 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A 씨는 이날 오후 2시 24분쯤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내 법정에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모 씨에게 총길이 20㎝의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현장에서 6분 만에 현행범 체포됐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A 씨는 범행 이전부터 "인생 포기하고 저지른 죄에 대해 벌 받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A 씨는 "피의자들은 감방에서 밥도 잘 먹고 있는데, 이렇게 밥도 못 먹고 살 바에는 차라리 감방에 가는 게 낫겠다"며 "해봤자 5년, 10년 살고 나와서 떵떵거리지 않겠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보유하던 100여 개의 비트코인이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출금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시가 한화 약 8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A 씨는 노후 자금 목적으로 재산 대부분을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공판 때마다 범행을 시도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의 측근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전부터 계속 그런 얘기를 해서 이런 일이 언젠가 터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계속 말렸었다"고 말했다.
A 씨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다가 '법정 내 흉기 습격'이라는 충격적인 범행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건 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해 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1만 6000여 명에 달하다 보니 재판 진행상 편의를 위해 열람·등사조차 불허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한편 피해자 이 씨는 현장에서 응급실로 이송돼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 2023년 6월 13일 고객이 예치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출금을 정지시키고 본사 사무실을 폐쇄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코인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그들만의 '무위험 차익거래' 운용 전략이 있다고 거짓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인베스트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능력을 갖춘 4명 이상 전문인력 △12개월 누적 거래량 1억 달러 이상 △자산운용 경력 18개월 이상 등 엄격한 조건을 갖춘 10개 이상 업체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모두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 회사 경영진은 고객들을 속여 약 1조 3944억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월 5일 구속됐으나 최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으로 모두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홍유진 기자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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