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의 삶이 무너진 것 같았어요. 이제는 아이들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 초 자신이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30대 중학교 교사 ㄱ씨는 28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과 방관한 다른 학생들을 떠올리면 실망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 교사로서 엇나간 아이들도 품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ㄱ 교사가 피해를 알게 된 건 지난달 23일이었다. 종례를 마친 뒤 교실을 정리하던 ㄱ 교사에게 다른 반 학생들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ㄱ 교사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휴대전화로 보여주며 “선생님 반 학생 ㄴ이 선생님 사진을 불법합성해 텔레그램에 올렸다”고 전했다. 불법합성물이 학생들 사이에 이미 널리 유포된 상황이었다. ㄱ 교사는 “누가 가해에 동참했는지, 누가 알고도 방관했는지 알 수 없어 아이들을 제대로 마주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병가를 내고 심리상담을 받으며, 경찰의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다.
교사들은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제자들이 자신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한겨레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통해 확보한 피해 사례를 보면, ㄷ 교사는 치마 밑 사진을 찍은 학생을 적발하고 그 학생의 휴대전화 안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한 불법합성물 파일의 존재를 확인했다. ㄹ 교사는 갑자기 불특정 다수에게 욕설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가해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마치 ㄹ 교사가 직접 쓴 것처럼 글을 꾸민 뒤 불법합성물과 함께 개인정보를 게시했기 때문이다. ㅁ 교사의 경우 결혼식과 아이 사진까지 불법합성에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