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부터 1989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파친코'이지만 시즌2의 시간대는 2차 세계대전과 6.25를 겪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선자'의 아이들도 쑥쑥 자라고 '선자'도 '경희'(정은채)도 현실에 적응해 어떻게든 자식들을 배곯지 않게 하려고 온갖 일을 다 하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한수'는 한 순간도 '선자'를 놓친적이 없다며 키다리아저씨인지 집착남인지 알수 없게 '선자' 주변을 맴돈다.
그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놀라운 미술과 실제 같이 방대한 규모의 세트는 이미 시즌1에서 놀라움의 대상이어서인지 시즌2에서는 '파친코'의 이런 세계관에 저항없이 쑥 빠져들어 인물들의 서사에 함께 할수 있다.
세월의 흐름을 읽기 어려운 '선자'의 탱글한 얼굴은 조금 허들일 수 있지만 '한수''의 연대기를 표현한 이민호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혈기 왕성한 20대부터, 실제 자신의 나이대와 동일한 30대, 그리고 더 연륜과 권력을 축적한 40대, 어쩌면 50대 초반의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민호다. 청춘 멜로, 허세 가득한 로코만 잘하는 배우인줄 알았는데 이번 '파친코' 시리즈를 통해 이민호가 가진 능력치를 보란듯이 맘껏 뽐냈다.
시즌1에서는 시대적 배경, 자이니치의 애환을 다루는 굵직한 서사가 강렬했다면 시즌2에서는 익숙해진 세계관 속에서 각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이 부각되며 개별 인물들의 갈등과 욕망, 각자가 꿈꿨던 세상이 무엇인지를 다양하게 그려냈다. '선자'네 가족으로 묶여 자칫 한 덩어리로 보일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제각각 어떤 이유와 위로로 살아가는지를 통해 일방적인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세상,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이기적인 행동을 할수 밖에 없고 그 행동들이 모여 역사가 되고 씻을 수 없는 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런 스토리 때문인지 외신들은 "역사상 최고의 고전" "사랑과 투쟁의 아름다운 서사시"라며 앞다퉈 찬사를 보내고 있다.
끝까지 다 보고나면 '선자'네 식구들의 다음 이야기가 또 궁금해 질 것. 시즌3는 반드시 나와야만 하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시즌3가 나온다 하더라도 1989년 이후의 솔로몬과 선자의 생도 궁금해질것이라는 것.
늙은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일본어 대사가 너무 어렵다며 시즌3의 출연을 거절했지만 이민호를 비롯한 김민하 등 나머지 배우들은 시즌3의 출연을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다. 전세계 시청자들이 간절히 원하면 윤여정의 마음도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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