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피폭 피해 노동자 이용규(36)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발생장치의 정비 작업을 했던 이씨는 이튿날 오른손에서 홍반 증상을 발견하고 그날 오후 2시30분께 회사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후 회사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고 이씨는 주장한다.
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자력병원 이송을 요청했지만, 회사가 다른 대학병원을 권했다”며 “그곳으로 갔더니 ‘여기를 왜 왔냐, 방사선을 진단할 사람이 없다’고 해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원자력병원 이송을 재차 요청하자 “회사에서 ‘자차로 가든지, 사내 앰뷸런스를 이용하려면 다음날 가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실랑이 끝에 피해 노동자들은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도착한 시간은 피폭 사실이 보고된 지 5시간이 지난 저녁 7시40분께였다. 삼성전자 쪽은 ‘다음날 병원 이송을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 “다음날 병원 이송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신속한 치료를 위해 원자력병원 협력병원인 해당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피해자들은 비응급환자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일하다 다쳤는데도 이씨는 산재 승인 전까지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먼저 부담했다고 한다. 이씨는 “회사에 병원비를 먼저 지급해줄 수 없냐고 요청했지만, 산재 신청이 됐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당장 돈이 없어 카드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방사선안전관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작업장 방사선 피폭 예방을 위한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은 방사선발생장치 고장이나 노후화로 수리·점검할 때 “반드시 제작사 또는 판매사를 통해 장치를 취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씨는 “제작사·판매사 없이 직원들끼리 작업해왔다”며 “기흥사업장 장비가 제작사에서 부품 공급이 안 될 정도로 노후된 모델인데, 회사에 장비 교체를 수차례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원자력안전법은 방사선발생장치를 다루는 사업장에 방사선안전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조처를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방사선안전관리자를 본 적도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회사 보건 담당자가 사고 초기에 동행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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