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름 앞에서 온종일 치킨 튀겨서 팔아도 저한테 떨어지는 건 3000원이고 배달 앱이 가져가는 게 6000원이에요. 이게 말이 됩니까?”
25일 서울 강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만난 김모(30)씨가 배달 치킨의 원가 구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판매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소비자 판매가에서 재룟값 50%, 배달비 30%, 각종 수수료 5~10%를 빼면 남는 마진이 10~15% 수준”이라며 “2만원짜리 치킨을 한 마리 팔면 3000원 정도 남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6.8%→9.8%)하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만원짜리 음식을 배달할 경우 음식점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배달료는 총 6006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배달 앱 개편 계획을 발표하며 “후발주자와의 경쟁이 심화해 업계 통용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배달 앱 2, 3위인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중개 수수료는 각각 9.8%, 9.7%다.
배달 시장 63%를 점유한 1위 배민의 가격 인상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엔 자영업자 단체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플랫폼 규제 촉구 집회를 열었다. 치킨·햄버거 등 배달이 많은 간이음식 업종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이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외식 물가를 조사한 결과 간이음식 업종의 배달 매출 비중은 48.8%로, 전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 1층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8)씨도 배달 수수료 인상에 시름이 깊어졌다. 5년 전 장사를 시작했다는 이씨는 “여긴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어 배달과 포장이 매출의 대부분”이라며 “코로나 때 배달비가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앱으로 포장 주문을 한 손님들한테 ‘다음엔 꼭 전화로 주문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자사 앱 살리겠다는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업계는 자사 앱 주문을 활성화해 가맹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자사 앱 활성화를 위해 제네시스BBQ는 지난 26일부터 평일에 자사 앱으로 주문하면 배달비를 최대 4000원까지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교촌치킨은 자사 앱으로 포장 주문 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회원 등급에 따라 다양한 쿠폰을 증정한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자사 앱을 통한 주문 비중이 꾸준히 늘어 현재 약 10%에 달한다”며 “누적 회원이 570만명까지 늘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용자 편의성 등 측면에서 프랜차이즈 자사 앱은 한계가 있단 지적도 있다. 각 브랜드별로 앱을 설치하는 것이 번거로울뿐더러 자사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배달 앱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배민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배달 습관이 굳어진 점도 업체들엔 장벽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브랜드에 로열티(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자사 앱을 쓰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은 여전히 편리한 배달 앱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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