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대학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이…내가 알던 세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법정 진술문
3,032 13
2024.08.27 20:37
3,032 13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자 법정 진술문


2021년 7월 처음 피해 신고해 2024년 5월 가해자 잡혀

 

 

 

LXGazz

학교나 지역별로 불법합성 성범죄물을 공유하고 있는 텔레그램 방의 모습들. 텔레그램 갈무리

 

 

 

 


“저희는 ‘변기’도, ‘걸레’도,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어떤 대상도 아닌 
각자의 직업과 꿈을 가진 존엄한 인격체입니다. 
온라인상이라는 이유로,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는 오만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경시로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그토록 거리낌 없이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피해자의 일상과 사회의 신뢰 체계를 파괴하는 이들을 더는 묵인하고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대 출신 남성이 대학 동문들 사진 등을 불법합성해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한 사건 피해자 루마(가명)씨가 법원에 하고픈 말이다. 
그는 2021년 7월 텔레그램을 통해 익명의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담긴 성범죄물을 받았다. 
이렇게 처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지 약 3년 만인 올해 5월 같은 대학 출신 가해자 2명이 붙잡혔다.

 


중략

 

 

 

그가 처음 경찰 신고를 한 2021년 7월부터 2년 가까이 모두 네 군데 경찰서가 수사를 했지만 가해자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범인 추적에 나선 건 
“이런 피해의 고통이 다신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일부 대학 단위로 불법합성물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음이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텔레그램 등 온라인에선 지역·학교 ‘지인’인 피해자 이미지를 훔쳐 성범죄물을 만들어 유포하고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알리고 괴롭히는 범죄가 이미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명백한 성범죄다. 

 


피해자 탓이 아님에도 같은 학교나, 직장, 지역 공동체에 속해 있던 이들로부터 끔찍한 피해를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잘 새어 나오지 않는다.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우리 사회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루마씨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보낼 피해자 진술문을 22일 미리 받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까닭이다.

 

 

 

 

 

피해자 루마씨의 법정 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

 

먼저 이렇게나마 법정에서 피해자로서 제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게 해주심에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진술문을 준비하며 처음 피해를 입었던 날로부터 지금까지 3년 1개월이라는 시간을 돌이켜봤습니다.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대뜸 제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 수십장과 남성들의 자위 영상이 쏟아져 왔을 때, 
제 사진과 신상 정보를 유포한 단체 대화방에서 다수의 가해자들이 함께 낄낄대며 저를 희롱하고 모욕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얼마 뒤 그것이 같은 대학 반 구성원들의 소행임을 알게 되었을 때…
국외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약자들의 삶과 언어를 조명하고 교육과 제도 개선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던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 의해 ‘좆받이’, ‘걸레’, ‘노예’로 불리고 있었고, 
그게 다름 아닌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저와 알고 지냈던 이들의 짓이라는 처참한 진실 앞에, 
제가 알고 있던 세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지옥 같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세상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고 사법 절차를 밟아온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이런 피해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물건 취급되고 피고인들과 같은 자들의 열등감을 보상하는 수단으로 쓰여서는 아니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변기’도, ‘걸레’도, 그들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어떤 대상도 아닌, 
각자의 직업과 꿈을 가진 존엄한 인격체입니다. 온라인상이라는 이유로,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는 오만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경시로,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그토록 거리낌 없이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피해자의 일상과 사회의 신뢰 체계를 파괴하는 이들을 더이상 묵인하고 방관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사건으로 누구보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당사자로서 말씀드리건대, 
이 사건의 피해 회복은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지도 어쩌면 평생 이루어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제 신상 정보와 사진, 허위영상물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었고, 
저는 3년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받고 있으며, 
범행에 가담했으나 여전히 잡히지 않은 수많은 가해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피해물을 이용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떠안고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적어도 이 두 피고인만큼은 범행에 상응하는 형을 받아 복무하고,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책무를 다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보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다시 사회 안에서 믿음을 쌓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재판장님께서 내려주실 판결은 바로 그러한 회복의 시작에 가장 중요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부디 이 사건이 저를 비롯한 수십 명의 피해자들과 그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끼친 막대한 피해를 고려하시어, 
선처 없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54948.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1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레전드 애니메이션 극장판의 시작! <명탐정 코난: 시한장치의 마천루> 예매권 증정 이벤트 536 09.13 18,71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555,93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228,44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055,92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358,63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651,15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639,01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20.05.17 4,186,08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716,29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360,6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9074 기사/뉴스 '의사 블랙리스트' 만든 의사에 구속영장 청구돼…스토킹 혐의 24 02:27 2,072
309073 기사/뉴스 딥페이크 '지인능욕방' 운영자 구속기소…피해자 천명 추가 확인 37 02:23 2,484
309072 기사/뉴스 협력사 챙기고 지역사랑까지… ‘상생 경영’ 보폭 넓힌 이재용 7 01:38 748
309071 기사/뉴스 ‘데이식스 탈퇴’ 제이 “역사에서 지워지는 느낌... 속상하다” 33 01:21 2,735
309070 기사/뉴스 서울대 의대 학, 석사 + 카이스트 박사 출신 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가 말해주는 건강식단 46 01:06 3,571
309069 기사/뉴스 “남자가 이렇게 널 만질 것” 성교육 한다고 딸에게 ‘음란물’ 보여준 친아빠 4 00:14 1,589
309068 기사/뉴스 롯데리아가 햄버거 이름을 바꾼 이유로 짐작되는것 23 09.13 6,427
309067 기사/뉴스 인천 소래포구 점검했더니…불량저울 61건 등 행정처분 150건 15 09.13 1,510
309066 기사/뉴스 나루토 20주년 기념 '나루토 더 갤러리' 국내 개최 9 09.13 1,113
309065 기사/뉴스 20년간 ‘4조 원’ 삼성전자 광고비가 말하는 것 3 09.13 2,010
309064 기사/뉴스 “눈높이 높은 줄 모르나”…아이폰16 실망감에 갤S25로 쏠리는 눈 239 09.13 30,806
309063 기사/뉴스 양현석, 수억원대 명품시계 신고 없이 들여놓고…검찰 기소하자 "깊은 유감" 8 09.13 1,909
309062 기사/뉴스 "고향 대신 일본으로"…10명 중 1명, 추석 연휴 해외여행 간다 13 09.13 1,020
309061 기사/뉴스 추석 앞두고 소외된 이웃 돕기 위해 온누리 상품권 1억 3천만원 기부한 유니클로 25 09.13 2,378
309060 기사/뉴스 “의사 가운 고윤정, 결국 못 본다” 그냥 ‘날릴 판’ …의사 파업 ‘날벼락’ 41 09.13 3,409
309059 기사/뉴스 "국평 12억도 팔리네"…광명 아파트 '완판 행진' 4 09.13 2,421
309058 기사/뉴스 약속·명분 잊고... 반올림, '삼성 반도체 직업병' 이슈화 10 09.13 835
309057 기사/뉴스 “의사 가운 고윤정, 결국 못 본다” 그냥 ‘날릴 판’ …의사 파업 ‘날벼락’ 364 09.13 46,940
309056 기사/뉴스 호불호 완전히 갈린 ‘베테랑2’, 실시간 반응 보니... 17 09.13 2,757
309055 기사/뉴스 협력사 챙기고 지역사랑까지… ‘상생 경영’ 보폭 넓힌 이재용 13 09.13 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