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가 법적 분쟁을 벌여온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이사를 결국 대표자리에서 몰아냈다. 본격적인 배임 재판 전 가처분 소송에서 패한 와중, 하이브가 신청한 해당 재판의 기록 열람 제한 신청도 기각되자 이 직후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어도어는 이사회를 열어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대표는 유한킴벌리, 크래프톤 등에서 HR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엔터테인먼트사업은 하이브에서 처음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임대표는 지난 5월 30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어도어 측 사내이사 2명을 해임하고 신규 선임한 3명의 '하이브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민 전 대표와 어도어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던 하이브는 그가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해 외부 투자 세력에 접촉했다고 주장하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부가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이브의 1차 해임 계획은 저지됐다. 다만 이사회 중 3명이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에 재판부의 결정대로 해당 임시주총에서의 해임 결의만 불발됐을 뿐 차후 대표직 교체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대표 교체는 이사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표결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 이사회가 하이브 측 인사 3명과 민 전 대표 1명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표결로는 언제든지 민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가처분 결정으로부터 3개월 가량 시간만 끈 뒤, 하이브가 원하는 대로의 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가 개최되기 직전인 지난 23일은 하이브가 앞선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 재판부에 제기한 '재판 기록 열람 등 제한 신청'이 기각된 날이다. 하이브는 해당 소송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채팅 캡처본, 주주간계약서 등을 열람 제한 대상으로 신청하며 '사생활'과 '영업비밀'을 그 근거로 들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자료가 열람을 제한할 만큼 비밀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경영권 찬탈' 소송의 전초전에서 연달아 패했음에도 어도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한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또 다른 소송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간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법원에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한편, 민 전 대표 역시 이번 이사회에서 결의된 해임이 주주간계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짚으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민 전 대표 측은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을 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7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