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거제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주도로 결성된 ‘새빛들’이란 치어리딩 팀을 조명한 영화 '빅토리'가 개봉 2주 차임에도 불구 누적 관객 수 27만 3336명에 그치며 흥행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으로 같은 날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111만 5558명과 약 4배 정도 차이 나는 수치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뿐만 아니라 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과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을 비롯해 신작 '늘봄가든'에게도 밀리며 박스오피스 7위에 위치해 있다.
이 상황은 지난해 개봉한 청춘성장물 '리바운드'의 개봉 당시와 닮아 있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들이 이룬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안재홍이 주연을 맡았다. 당시 이 작품도 관객 수 69만 명으로 스코어를 마감하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청춘 성장물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티켓 파워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청춘 성장물은 대개 젊은 배우들의 활약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이 주연을 맡아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티켓 값 상승과 OTT 강세로 관객들은 영화를 보수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빅토리'는 이혜리와, 박세완 외 치어리딩 팀원들을 모두 새로운 얼굴을 투입시키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나, 상대적으로 낯선 배우들의 이름은 선뜻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진 못했다.
'리바운드'의 안재홍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으나, 영화 전체의 소구력을 홀로 호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단지 배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춘 성장물 자체가 가지는 확장성의 한계와도 연결된다. 청춘물은 대개 특정 연령대나 성향의 관객들에게만 강하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어, 보다 폭넓은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빅토리'는 한국 영화의 성장 스포츠물의 전개와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다. 팀의 결성, 위기, 화해, 그리고 성장해 승리하는 과정까지 진부하며 여기에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부녀의 서사, 축구 이야기까지 배치돼 이야기의 힘이 직선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가지치기로 많은 주제를 안고 가다 보니 치어리딩 팀의 성장과 감정선이 일차원적으로 느껴져 극적인 감동이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코미디와 SF 장르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미디는 관객들에게 즉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거나 영화적 체험을 강조한 영화들이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파일럿'이 이 같은 트렌드로 흥행에 성공했고, '에일리언: 로물루스'와 같은 할리우드 SF 대작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스펙터클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았다. 이러한 강력한 경쟁자들 속에서 청춘 성장물은 상대적으로 약한 입지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단순한 감성적 호소 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청춘 성장물은 여전히 강력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다. 이 장르가 극장에서 다시 힘을 갖기 위해서는 평범한 인물들이 가지는 사건과 감정에 관객들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캐릭터와 이야기의 독창성을 강화해 청춘물 만의 매력을 극대화해 경쟁 장르와 차별화된 존재감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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