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과 탕웨이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인상적인 대사와 꼼꼼한 디테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각본에 이어 스토리보드북과 포토북까지 여러 권의 공식 도서가 출간된 이후, 드디어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공개된다.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배우들과 미팅하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여러 순간을 사진의 형태로 기록했다. 사진집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 즉 영화 감독 박찬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헤어질 결심>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그래서 이 책에는 영화 제작 현장 사진은 물론, 영화 바깥에서 사진가 박찬욱이 홀로 발견한 사물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가 포착한 사진 중에는 영화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장면도 있고, 언뜻 관계를 발견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종속된 책이 아니라 이 영화를 만들어 가던 인간 박찬욱에 관한 책이다. 그가 그 영화를 만드는 시기에 마주쳤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인 셈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영화 감독 박찬욱과 홀로 거리를 걷는 사진가 박찬욱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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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런던에서 박해일이 연기하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 한국인 형사와 탕웨이 아니면 할 사람 없다고 생각한 중국인 용의자가 만나는 수사/로맨스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을 관통하여 그 영화 〈헤어질 결심〉은 2022년 5월 한국의 파주에서 완성되었다. 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 중 몇 장을 여기 골랐다.
내 주장에 의하면 모두 제작 현장 사진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까 대개 그 생각만 하던 때였으니 어디를 가나 내게는 현장이었다는 말이다.
전에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를 낸 적 있다. 이런 책은 말하자면 제작 과정의 기록 자료이자 나 개인의 일기다.
자료면서 일기라면 뭣보다 여행기가 떠오를 텐데 정말 이 책을 그렇게 봐 줘도 좋겠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가지러 가는 여행의 기록으로써의 사진집. 어디 먼 나라로 떠나 때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면서 끝내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을 재빨리 스케치해 두기도 하고 어느 밤에는 시흥이 올라 멋대로 끼적이기도 한 공책을 상상하라.
기차표나 박물관 입장권 따위, 심지어는 단풍 든 이파리 같은 것도 붙여 둔. 그런 식으로 가로 이미지와 세로 이미지가, 흑백과 컬러가, 객관과 주관이, 인물과 풍경이, 산문적인 사진과 시적인 사진이 섞였다.
시간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좌우 페이지의 짝짓기에,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 연달아 나타나는 이미지가 주는 즐거움에 신경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