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온 탈북민인데요, 군 면제를 해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군대에 꼭 가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김대현(가명)은 구글에서 찾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건 우리 관할이 아닌데….”
그가 전화를 건 곳은 병무청이었다. 병무청 담당자는 “국방부로 전화하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 씨는 다시 구글을 통해 찾아낸 전화번호로 국방부를 찾았다.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는 과정에서, 김 씨는 탈북민도 군에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군에 갈 수만 있다면 이왕이면 멋진 곳에 가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시 구글을 뒤적이던 그의 눈에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가 눈에 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특전사라는 부대가 존재하는 사실조차 몰랐다.
김 씨의 군 입대 결심에는 탈북청소년들이 다니는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영향을 미쳤다. 설문 가운데 ‘북한이탈주민도 군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이었다.
김 씨는 “무조건 가야 한다”를 찍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대한민국 정부에서 우리를 위한 마음으로 면제를 해주긴 하지만, 군에 가고 싶어도 못 가게 하는 것이야 말로 차별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려면 국민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적었다.
답을 쓰면서 김 씨는 반드시 군대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학교 선생님들도 “너는 군인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응원해주었다.
특전사를 목표로 김 씨는 군 입대 준비를 시작했다. 2015년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문대 군사학과를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솔직히 그때는 특전사는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한 학기를 다니고 나서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바로 특전사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년 동안 군사 기본지식을 배운 그는 특전사 시험에 응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주변의 탈북민들은 “국방부에서 형식적으로는 된다고 말했겠지만, 실제로는 탈북민이 특수부대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라고 위로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그런 게 아니고 제가 시험을 못 쳐서 그런 겁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특전사 시험은 1년에 다섯 번 치러진다. 나름대로 준비해 두 번째 시험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낙방의 쓴 맛을 봤다.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실망스러웠다. “정말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도 탈북민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래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세번 째 시험을 치렀다. 이번엔 필기평가를 통과했고, 체력평가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도 무난하게 치렀다. 결국 그는 최종 합격을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83582?sid=100
글이 길어서 전문은 링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