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고, 좋아해요."
김선호는 (본인 피셜) 타고난 배우는 아니다. 노력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 연기를 사랑한다. 그래서, 둘도 없는 '베프'다. 물론 사이가 멀어지는 순간도 있다.
"틀어져서 확, 돌아설 때도 있습니다.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해서 테이크를 갈 때가 그런 순간이죠. 이유 없이 멀어졌다가도 너무 좋아서 끊을 수 없는, 나쁜 친구예요. 하하."
이번에도 그랬다. (연기와) 끈질기게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완성했다. 그동안은 표출하는 연기였다면, 이번엔 덜어냈다. 누르고 삼키고 여백을 있는 그대로 남겨뒀다.
"저는 대사가 없는 시간에 무언가를 채우기 바빴던 것 같아요. 이제는 침묵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체득한 걸 노련하게 쓸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선호가 디즈니+ '폭군'(감독 박훈정)으로 새로운 얼굴을 그렸다. 그 여정을 들었다.
◆ 박훈정, 서로를 믿었다
'폭군'은 추격 액션 스릴러다. '폭군 프로그램'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다. 이를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선호는 영화 '귀공자'에 이어 또 다시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박훈정 감독님과 촬영 중간중간 산책을 자주 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이야기해 주셨다. 그 중 하나가 '폭군'이 있었다"고 밝혔다.
"감독님과 취미가 비슷합니다. 산책하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휴식할 때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품 이야기가 나왔고요. 재밌을 것 같다고 하니까 '같이 할래?'라고 제안해 주셨죠."
공교롭게도 연달아 같은 감독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심지어 장르도 (같은) 누아르다. 두 작품의 캐릭터가 겹쳐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없었을까.
그는 "시간이 흐르고 촬영했다. 역할도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다"며 "감독님이 다르게 그려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도 믿고 맡겼다. 그 결과, 김선호의 새 얼굴을 꺼냈다. "감독님이 '그것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어. 해봐', '거봐 되잖아'하면서 믿어주셨다. 그 한마디가 많은 걸 바꿨다"고 말했다.
◆ "최국장, 초췌해져 있다"
김선호가 맡은 최국장은, 앨리트 요원이다. 극비리에 초인 유전자 약물 '폭군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설계자다. '폭군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김선호의 모습은, 로맨스에 가깝다. 최국장은 맡아본 적 없는 캐릭터다. 부드럽고 달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늘하고 책임감에 눌려 있는 얼굴.
해본 적 없기에 불안함도 컸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는 법. 그는 "문을 두드리면 여지가 생기더라. 낯설었지만, 원래 잘하는 것과 접목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그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 모든 걸 배우에게 맡겼다. 김선호는 대본에서 답을 찾았다. 핵심 키워드는, '최국장 초췌해져 있다'.
"유독 '피곤한 표정으로', '초췌해져 있다'는 지문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팀원을 희생시키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요. 밥이 넘어갈까 싶었죠. 자진해서 6~7kg을 감량했습니다."
극한에 몰린 최국장의 상황을 이해했다. 곧장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다크서클, 붉은 눈, 잡티, 수염 등도 메이크업으로 추가했다. 파리하고 수척한 얼굴을 표현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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